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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쇼크’의 키 포인트
입력2003-09-23 00:00:00
수정
2003.09.23 00:00:00
환율 메리트를 포기해야 할 시점인가 보다.
최근 4개월 사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줄잡아 12%가량 높아졌다. 기업들이 온갖 경영노하우를 동원해서 확보하는 이익규모가 매출액의 평균 5%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국내기업들은 벌써 상당한 적자를 감당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추석연휴가 끝난 이번 주부터는 외환시장이 더더욱 요동치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적자수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부가 왜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느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환율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이번 환율 파동은 정부가 나서기도 힘들지만 나선다 해도 외환시장이 쉽사리 안정되기 힘든 모습이다. 정부가 시장기능을 동원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상황은 단기적인 `엇박자`나 일시적인 위기 상황이겠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상황은 한국정부의 의지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이번 파동은 초기 중국 위안화만을 겨냥했지만 이것이 어느새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 전체로 확대됐다. 지난주말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서방선진국(G7) 회의에선 미국 뿐 아니라 유럽각국 모두가 `중국 뿐 아니라 한국ㆍ일본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은 환율조작을 통한 가격 메리트에 절대 의존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각을 드러낼 정도다.
냉엄한 국제 정치ㆍ경제 판도에서 `힘센 놈`들 모두가 이 정도로 공감하고 있다면 말 그대로 `시기와 강도`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한국경제의 적응력이 관건이다.
돌이켜보면 1997년 국가 외환위기직전의 1달러당 원화가치는 대략 800원대였다. 최근 1달러당 1,300에서 1,170원으로 원화가치가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당시에 비해 40%이상의 환율메리트를 갖고있다.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이 최상의 경영실적을 올려왔지만 여기엔 환율메리트와 저금리 덕이 톡톡히 작용했다. 한국기업의 생존경쟁력이 국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 개별 기업단위의 환율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근원적인 `국가단위 환율 적응력`을 키우려면 이제부터라도 정부 차원에서 산업구조 개편또는 부가가치 산업 재편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형기(산업부 차장)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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