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박 회장은 이로써 자신이 이루고자 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4일 산업은행은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에 미래에셋 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박 회장은 이번 인수전에서 함께 경쟁했던 KB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보다 최소 2,000억원 이상 많은 2조4,000억원대의 최고가 승부수를 던졌다. 그만큼 대우증권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봤고 인수 의지도 강했다. 박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다양해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이 올해 인수합병(M&A)의 최대어로 꼽힌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압도적인 국내 1위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3·4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4,620억원이며 대우증권은 4조3,967억원이다. 양사의 자기자본을 합치면 7조8,587억원으로 2위인 NH투자증권(4조6,044억원)을 크게 앞지른다. 몸집만 커지는 게 아니라 투자은행(IB)과 브로커리지(BK·위탁매매) 부문의 절대강자인 대우증권과 리테일자산관리(WM)에 특화해온 미래에셋증권의 결합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된다.
미래에셋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IB와의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회장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직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한 국민의 평안한 노후준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내년 1월 중 산업은행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2월부터 상세실사와 최종 가격협상을 거쳐 계약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 내부 통합작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 양사를 통합한 초대형 증권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한편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는 증권업계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는 한편 각사의 글로벌 진출을 촉진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후 "자체 체력을 증강시키고 포화된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 각국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호·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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