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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소니 그리고 미래
입력2002-05-28 00:00:00
수정
2002.05.28 00:00:00
지난 25일 도쿄 시나가와에 소재한 소니 본사 회의실. 오오키 미추르 홍보담당 상무는 한국 기자단으로부터 삼성전자와 소니를 비교하는 류(類)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2조9,649억원의 순이익을 내 해외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비교대상으로 소니가 집중 부각됐기 때문. 오오키 상무는 "삼성전자와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말로 질문을 피해갔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는 못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삼성전자 역시 소니와의 비교에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기는 마찬가지. 삼성전자는 최근 여러 부문에서 소니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아예 '소니 함구령'을 내렸다.
현재 일정한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앞으로도 상호협력이 필요한 상태에서 불필요하게 소니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소니 함구령의 진정한 배경을 딴 곳에서 찾고 있다. 즉 "자만하지 말고 5~10년 뒤에는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가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
물론 삼성전자의 뛰어난 성적표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반도체를 비롯, 액정ㆍ통신ㆍ디지털ㆍ가전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어느 한 쪽이 부진해도 별 타격을 받지 않는 안정적 수익구조, 오너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 및 이에 따른 과감한 투자가 삼성전자의 장점이라고 소니 역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내심으론 이것이 삼성전자의 지속적 성공을 담보하는 보증수표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소니는 요즘 삼성전자와의 비교로 다소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지만 세계 정상급 전자기업으로서의 위상에는 흔들림이 없는 상태다.
소니는 이미 일본의 전자 메이커들이 줄줄이 적자를 낸 가운데서도 홀로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등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엔터테인먼트와 일렉트로닉스와의 결합을 통한 '제2의 워크맨 신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소니 함구령에 담겨 있는 이 회장의 참뜻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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