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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미 속셈/문주용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1997-11-22 00:00:00
수정
1997.11.22 00:00:00
문주용 기자
정부가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구제금융 요청방침을 사실상 굳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하는 일말의 기대가 무너지고 사실상의 「국가부도」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60년대 경제개발의 기치를 내건 이래 전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국가적 자존심이 짓밟히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으로까지 내몰리는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의 태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 신청에 앞서 협조자금을 요청하자 미국은 단호히 거부했다. 『IMF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차디찬 반응이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원자로사업에 한푼도 내기 싫어하는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IMF의 정체가 무엇인가. 국제금융관계자라면 누구나 IMF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기관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굳이 IMF라는 가면을 앞세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국은 이번 아시아 통화위기를 이 지역 내 자국의 주도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다. 특히 경제성장으로 정치·경제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는 아시아권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우방이라고 평가하던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IMF를 통한 간접관리로 미국의 입맞에 맞는 금융체제로의 개편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미국의 못마땅한 태도를 탓할 여유도 없는게 현재의 급박한 경제상황이다. IMF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할 각종 구조조정계획이란 「쓴약」은 우리경제에 「양약」이 될 수도 있다. 이 치욕은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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