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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금융 大戰

"부자 고객 잡자" 경쟁 치열속 산업은행도 지점 개설 가세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미소금융중앙재단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서민금융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서울 강남구는 한국 부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을 합쳐 은행지점이 400곳에 육박하고 지점의 여수신 합계도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점포 한 곳당 여수신 규모만 해도 2,600억원에 달한다. 물론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강남구 가운데에서도 신흥 부촌이자 교육열이 가장 높은 대치동은 특히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치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해 대단지의 부유층 아파트(은마∙미도∙선경 아파트 등)가 밀집해 있어 이 일대에는 은행 및 증권사∙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몰려 있다.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해 유동인구가 풍부해 은행들은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의 복합점포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은행 점포들이 거둬들이고 있는 실적도 상당하다. 지난 1979년에 개점한 K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총수신이 3,987억원에 이른다. 강남구 평균을 넘어서는 실적이다. 총수신이 적은 편인 H은행의 대치지점도 1,546억원이다. 개인대출도 628억~1,391억원에 달하는데 은행들이 대치동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치동은 상징성이 강한 지역 중 하나"라면서 "PB센터 등을 두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영업대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금융대전'이 이처럼 치열해지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개인소매금융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산업은행도 뛰어들었다.

산업은행은 30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치지점을 개설했다. 프리미엄 점포로 고급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해 강남권 VIP 고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은금융 계열사인 대우증권과 연계한 'BWB(Branch With Branch)' 복합점포 형태로 운영하면서 대우증권과 고객을 서로 소개하고 공동 마케팅을 함으로써 금융그룹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대치지점을 거점 점포로 활용해 강남과 서초∙송파 등의 부자 고객들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치지점은 올해에만 개인대출 1,000억원, 개인예수금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점을 정식 오픈하기도 전에 벌써 'KDB다이렉트' 등의 상품을 판매해 1,500억원의 예수금을 유치했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의 격전지인 대치동에서 주요 경쟁 은행의 영업현황과 비교했을 때 단기간에 매우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29일 개점식에서 "한 달 만에 1,500억의 수신액을 올린 것은 한국 금융사를 새로 쓸만한 사건"이라며 "기적의 지점(Miracle Branch)"이라고 평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은 "올해 은행들의 영업행태는 PB, 개중에서도 부촌이 밀집한 곳을 집중 타깃으로 할 것"이라며 "국민 등 전통의 소매금융 강자에 합병으로 새로 탄생한 하나와 외환, 여기에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하던 산은까지 전례 없이 치열한 경쟁구도가 소매금융 시장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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