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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아르헨 '제3통화' 성공조건

아르헨티나는 알맞은 때에 1,550억달러의 외채상환 중단을 선언했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이러한 디폴트 선언은 당연한 결과였다.새로 임시 대통령 자리에 오른 페론당의 아돌포 로그리게스 사아 대통령에게도 디폴트 선언은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흥청대며 벌여왔던 주연(酒宴)을 끝내고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경제회복을 이루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아르헨 임시정부는 '아르헨티노'라는 제3의 통화를 발행, 달러ㆍ페소화와 함께 통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통화로 채무를 갚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페소화를 달러화에 1대1로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다. 이 같은 아르헨 정부의 경제 회생정책은 모호한 점이 많지만 몇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첫째, 결국 새로 도입되는 '아르헨티노'가 아르헨의 실질적인 통화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1페소당 1아르헨티노의 비율로 국민들에게 급료 형태로 지급되는 새 통화는 환율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과 로돌포 프리게리 경제 장관이 바라는 대로 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여 줄 때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은 "페소화의 평가절하는 국민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통화를 도입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이 같은 방안이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최선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넌센스(nonsense)다. 새로운 통화를 도입하는 주요 목적은 평가절하의 용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프리게리 장관은 새로운 통화의 발행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가치 절하를 보상해 줄 것이라고 강변한다. 만약 이러한 시도로 달러 가치가 안정을 찾는다면 아르헨티노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금융시장에 초래될 무질서다. 현금 유동성이 극도로 부족한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재정 적자 등의 완만한 금융정책이 더 적합할 수 있다. 특히 이때 경제 개혁안이 '완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돈을 찍어내는 것은 소비에 목말라 있는 군중들을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극도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통화는 아예 제대로 발을 붙이지도 못하고 초고속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위험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평가절하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바람을 버리는 것이다. 또한 통화 금융정책을 관할할 책임을 인플레이션 관리가 주요 임무인 중앙은행에 넘겨줘야 한다. 오히려 달러에 묶여 있는 페소화를 없애고 아르헨티나의 통화를 아르헨티노로 바꾸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외채상환 시기에 대한 논의에도 신경 써야 한다. 아르헨 정부는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국가의 신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2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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