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사진) 신한카드 사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리딩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라고 단선적으로 얘기하기에는 너무 공격적이고 맹렬하다.
신한카드의 어젠다인 '빅데이터'를 필두로 한 사업모델 구축 및 고객 맞춤형 신상품 출시 등은 일부분이다. 중소가맹점에 보급할 IC단말기 분담금을 놓고 카드 업계가 지루한 싸움을 벌이던 와중에 신한카드가 분담금을 기존 방침보다 수십억원 더 내는 방향으로 통 큰 결단을 내려 상황을 끝내는가 하면 국부 유출 논란이 일었던 해외 브랜드 카드의 국내 사용분 수수료 철폐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겼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이달 들어 국제 브랜드사인 아멕스사가 현지 이용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세계 최초 브랜드 카드 '에스앤(S&)'을 선보이자 KB국민·하나SK카드 등 동종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준비 예정이라고 알렸다.
신한카드는 이 상품을 '국부 유출 줄이는 착한카드'라고 소개했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국제 브랜드사가 국내 카드사에 부과하는 분담금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일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 설명과도 같다.
신한카드는 당국의 숙원사업이던 IC단말기 보급을 위한 사회공헌기금(1,000억원) 조성에 대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실무선에서 해결이 안 돼 임원들까지 여신금융협회에 모여 분담금 기준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등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시장점유율이 낮은 카드사가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분담금 기준을 받아들여 조속히 해결하라"는 위 사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조속한 해결이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밖에도 금융 당국이 올해 초 일부 카드사의 정보 유출 사태로 보안 문제가 전국민적인 화두로 떠오르자 결제 내역 통보 서비스를 무료로 하는 안건을 제시했는데 신한카드가 먼저 손을 들기도 했다. 고객 편의 증대를 위해 1포인트만 적립되도 즉시 1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우선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도 신한카드였다.
위 사장의 행보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진행되자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차기 행장 선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촌평이 나오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며 위 사장은 내년 8월까지다. 물론 현재는 서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고 당사자인 위 사장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뛴다. 그래도 최근 금융권이 워낙 시끄러운지라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 신한금융 관계자는 "위 사장 입장에서는 본인과 서 행장이 각각 1년씩 더 한 뒤 행장 자리에 도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양새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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