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인 2조원대의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이 같은 주주가치 제고가 정부의 배당확대 요구와 맞물려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165만주, 기타주식 25만주 등 자사주 190만주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취득예정 금액은 보통주식 1조9,635억원, 기타주식 2,297억5,000만원 등 총 2조1,932억5,000만원이다. 주당 취득예정가는 이사회 결의 전날인 25일 종가 기준(보통주 119만원, 우선주 91만9,000원)이 적용되며 향후 주가변동에 따라 실제 취득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취득 예상기간은 27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다. 삼성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 이유에 대해 "주가안정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부진에 따른 실적악화로 올 들어 주가가 150만원대에서 120만원대로 20%가량 떨어졌다. 이 때문에 주가안정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성향 제고에 대한 주주들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액)은 지난해 말 기준 7.23%다.
이와 관련해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전무는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최근 경영악화에 따른 실적하락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주주들의 요구를 포함해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 중으로 4·4분기 실적발표 때 이에 대한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 앞서 현대자동차도 지난 11일 전체 발행주식의 1% 수준인 총 285만4,783주(4,491억원), 기아차도 발행주식의 1%인 보통주 405만3,633주(2,209억원)를 각각 매입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이 급락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는 외국인 주주들의 압력이 거센 만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연말 배당금을 늘리는 등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제일기획 주식 1,150만주를 주당 1만9,200원, 총 2,208억원에 매입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지분취득에 따라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지분은 12.6%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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