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강세로 데스크톱PC 사업이 설 자리를 잃었다. 소니가 PC사업 매각을 결정했고, 세계 PC 판매량 1위인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이어 PC사업 몸집을 대폭 줄이기로 방향을 잡으면서 'PC사업 포기 수순'과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전략적 재배치' 중 어떤 쪽을 선택한 것인지 관심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PC시장의 판도변화 속도가 빠르다. PC시장의 1등 자리를 지키던 HP가 지난해 중국 레노버에 1위 자리를 뺏겼고, 글로벌 9위인 소니는 적자에 허덕이는 PC 사업부 매각을 결정했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PC사업부 축소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 구본무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4년 업무보고회의' 에서 2014년 생산량을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이기로 방향을 잡았다. 생산량은 550만대에서 200만대, 제품군은 70여종에서 30여종으로 축소된다.
LG전자 입장에서 PC사업은 모니터와 전기회로, 메모리 등 부품을 흡수하는 완제품 사업으로 '포기'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적자사업을 지속할 수도 없다. 결국 생산량을 줄이고 인력의 3분의1 가량을 핵심사업인 모바일로 전환해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PC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그 여파가 국내시장에도 미치고 있어 PC사업 몸집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며 "PC사업을 담당하는 IT사업부가 이 같은 방침이 담긴 생산력 축소와 인력 재배치 등 올해의 PC사업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PC사업 축소에 따른 후속조치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최근 중국 현지와 국내 협력업체들에게 이 같은 방침을 알리고 납품축소 계획을 통보했다.
생산량 감축에 따른 유휴인력은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태블릿PC 분야로 재배치했다. 판매는 디자인과 성능을 강화한 일체형PC나 컨버터블PC 등 프리미엄급 제품군과 태블릿PC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수익성을 앞세운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사업의 부각으로 PC사업 축소와 철수는 예고됐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사양 노트북과 컨버터블 PC 등 프리미엄 PC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 재편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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