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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없이 부활없다/어윤배 숭실대 총장(로터리)

한국인들은 사고의 원인분석과 비리의 고발에는 매우 뛰어나고 철저하다. 최근 기아자동차의 부도위기에 즈음하여 지난 일년간 부도를 맞거나 부도방지유예협약에 의하여 자구노력에 임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경영악화에 관한 원인분석은 참으로 면밀하게 빈틈없이 이루어지고 있다.한편 신한국당 대표이며 대선후보의 두 아들이 체중미달로 인해 병역면제를 받은 데 대한 비판은 참으로 예리하고 폐부를 찌르리 만큼 날카롭다. 문제는 어느 기업이고, 어느 누구고, 솔직하게 자기의 잘못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고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기업이나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변명과 억울하다는 입장을 미묘한 말장난으로 고비를 넘기고자 하는 모습에 어쩐지 동정마저 간다. 수많은 고발장과 수많은 고발문학과 예술은 범람해도 진정한 고백의 참회록은 찾아볼 수 없다. 한두해 전 시인 김지하씨는 신문지상을 통해 자기의 위선된 삶과 주장, 그리고 세간에서 자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을 고백문으로 밝힌 적이 있다. 한국사회와 문화속에서는 보기드문 진솔함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나 정치위기는 자원이나 기술부족 때문도 아니요, 타협과 합의의 정치기술이 미숙한 데 있지 않다. 근본문제는 타인에게 원인제공의 책임이 있고 자기에게는 귀책사유가 없고 정치보복이나 괘씸죄 때문에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는 변명과 임기응변으로 위기만 넘기면 또다시 회생할 수 있다는 건전치 못한 의식과 정신구조에 있다. 기독교에 뿌리를 박고 있는 서구문명권에서는 죄를 고백하면 용서를 받고, 다시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서와 같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의식과 행동양식에 의하여 인간의 개인적인 삶과 경제, 정치 및 사회생활이 영위되어 오고 있다.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타인이 분석해서 지적해주면 그원인과 잘못을 수용하고, 미안하다는 진솔한 사과와 함께 재기를 위해 몸부림친다. 즉 이제까지 잘못된 원인과 방법을 마음 중심에서 고쳐간다. 때문에 똑같은 원인과 방법을 반복하고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다. 그결과 개선과 발전의 새로운 전기와 돌파구를 스스로 찾게 된다. 오늘날 우리의 기업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나 경영상의 모순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반복하여 명료하게 분석되고 고발되어 왔다. 그럼에도 계속 똑같은 과오가 반복된다. 진솔한 자기잘못의 고백과 부활의 태도없이 부실원인의 치유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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