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이 이른바 코드 여하를 따져 자기들 편 여부를 가리려 한 것은 지연적 인간적 연줄을 극복해 보려는 고육지책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도 과거 정치적 체험 즉 민주화 운동 경험을 공유한 동지적 연줄에 의지하려 한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들의 정치적 담론 내지 의사 소통의 ‘해석의 동아리’ 역시 인간적 연줄에 의존해 있음에 다른 연줄과 근본적으로 다름이 없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낸 권태준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2002년 정년 퇴임한 이후 이 책을 위해 5년여 기간 동안 우리 근현대사의 한국적 해석에 매달렸다. 대한민국 건국과 근대화 민주화 과정을 서구 이론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기존 지식인의 틀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근대화를 발전국가론과 식민지근대화론 등 서구 이론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은 한국 근현대사의 독특성을 무시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대신 한국의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틀로 자본주의의 외모를 갖추긴 하였지만 중상주의(重商主義)에 더 가까운 의제(擬制)자본주의를 제안한다. 역사 해석자로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른바 ‘개발 독재’로 불리는 박정희 정권과 ‘함께 잘살기 믿음의 해체 과정’인 5ㆍ6공화국을 거쳐 노무현 정권에까지 이어진다. 그는 코드에 의한 정치는 상대편에 대한 감성적 배타 경향으로 이어져 결국 논쟁적 타협조차 얻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꼬집는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가기 위해 국가가 가져야 할 요소로 ‘협치(協治) 능력’을 들고 있다. 그는 새 시대 정치 지도자들은 “나라 밖에 대해서는 세계적 정세 변화에 잘 적응하고 나라 안에서는 주요한 행위자들 간의 협력 관계를 매개하고 조정해주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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