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공식적으로 내정하고 나아가 UN 사무총장 후보로까지 적극 추진할 방침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핵 문제로 대미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언론사의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인사는 홍 회장이 청와대를 향해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신뢰를 쌓는 등 각고의 노력이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등 노 대통령의 ‘시각변화’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미대사가 끝일까= 홍 회장은 지난해부터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추면서 관계개선에 나섰고 지난해 9월 노 대통령과의 ‘취임 1주년 만남’ 등을 통해 개인적인 신뢰를 쌓았다. 당시 홍 회장은 청와대에서 다른 방문자들과 달리 패찰 없이 청와대를 자유롭게 통과했고 외국 귀빈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인 상춘재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등 장관급 예우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3시간반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을 마친 뒤 노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초 중앙일보가 예산 1%를 대북지원에 쓰자고 제안하기에 반가우면서도 ‘이거 중앙일보가 돌았나’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홍 회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역시 근거 있는 얘기였다”고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두 사람은 ‘코드’를 맞춘 것이다. 과거와는 달라진 논조를 바탕으로 노 대통령의 호감을 산 홍 회장은 최근 들어 전격적으로 요구사항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수개월 전에 홍 회장이 UN 사무총장직을 마음에 두고 정부측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같은 내용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사무총장이 되려면 경력이 필요할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미국 내 인적ㆍ물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대미외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도 있었다. 주미대사로 내정되고 추후 일 처리과정에서 대과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홍 회장의 UN 사무총장 추대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홍 회장은 무슨 이유로 사무총장직을 원할까. 여기에는 해석이 분분하다. 중앙일보의 다른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거물급이고 이미지가 좋은 UN 사무총장 자리를 꿰어차면 결국에는 대권으로 관심이 옮겨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듯 홍 회장은 97년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면서 당선되면 총리에 기용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참여정부 ‘코드’ 바뀌나=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반기업ㆍ반재벌적 정권으로 인식돼온 노무현 정권이 재벌기업을 배경으로 성장한 홍 회장을 내정함으로써 친기업적 성향으로 U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드가 친기업ㆍ합리적 보수 쪽으로 쏠리는 게 아니냐는 진단인 셈.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재야파를 중심으로 이번 인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홍 회장 카드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아직 예단하기는 힘들다. 특히 홍 회장의 행보가 ‘대권’ 쪽으로 기울면 정치권은 예사롭지 않은 후폭풍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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