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13일 단행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의 특징은 과감한 세대 교체와 글로벌화에 있다. 지난 5개월간 이어진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마비됐던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로 젊은 인력들을 전진 배치해 글로벌화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투자신탁 등을 아우르는 한화 금융네트워크를 완성하기 위해 금융사 대표들도 대거 물갈이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 이어 조만간 계열사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세대 교체로 난관 돌파=이번에 선임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나이는 이전보다 4~5세가량 젊어졌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 수 있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경영진을 구축하기 위해 젊은 인재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인사는 최금암 신임 그룹경영기획실장. 최 신임실장은 51세로 역대 최연소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에 오르게 됐다. 그는 한화케미칼 사업부장 및 기획실장, 경영기획실 전략팀장 등을 거치며 현장경험을 쌓은 그룹의 대표적인 기획전문가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 능력과 신사업 발굴 역량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그룹경영기획실장으로서 태양광과 바이오사업 등 신성장동력 사업군을 조기에 육성하고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구조조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세대 교체와 함께 브랜드 전략도 강화한다. 장일형 신임 한컴 대표이사는 그룹 브랜드관리 총괄을 겸직하면서 그룹의 전략홍보와 그룹 브랜드정책 전반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글로벌 시장개척 강화=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의 10년이 한화의 글로벌 선진화를 이룩할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태양광∙바이오 등 신사업의 적극적인 글로벌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담당하고 있는 한화 무역 부문 대표이사와 미주 및 일본법인장을 교체했다. 박재홍 신임 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는 일본법인장 출신으로 강력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발탁됐다. 공격적인 시장개척을 주도할 강력한 추진력과 국제화 감각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묵 신임 미주법인장도 미주법인과 무역 부문 물자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사업 아이템 발굴에 뛰어난 역량을 보인 점을 인정받았다. 일본법인장에 선임된 김종서 법인장은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며 전격적으로 발탁된 44세의 젊은 인재다. 지난 1991년 입사해 일본법인과 한화케미칼 PE사업기획팀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뛰어난 성과를 달성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금융네트워크 위해 금융사 대폭 물갈이=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 등 금융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가속화하기 위해 금융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교체됐다. 대한생명 대표이사(각자 대표이사)로 내정된 차남규 신임대표는 2002년 그룹 인수 이후 지원총괄 업무를 맡아 원만한 노사화합과 조직 안정화를 이끌었고 2009년부터는 영업총괄을 맡아 보험영업의 기틀을 새롭게 다진 공로를 인정받았다. 앞으로 신은철 대표이사와 함께 상장 2년차를 맞은 대한생명의 경쟁력 강화와 베트남 보험영업 확대, 중국 보험시장 진출 등 글로벌 경영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석희 신임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는 대한생명 경영기획실장으로 대형 생명보험사 최초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고 베트남∙중국 등 해외진출 성과를 인정받아 통합 2년차 한화손해보험을 맡게 됐다. 임일수 한화증권 대표 내정자와 이명섭 푸르덴셜투자증권 대표도 금융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증권 계열사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그룹 측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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