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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것이 급소] <27> 허리케인 예보된 의약품

별도 협상분과 막아 피해 최소화를<br>제약업계, 규모부터 비교안돼 타격 불가피<br>신약등 약값 올라 소비자 부담도 커질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농업계보다 더 큰 위기를 느끼는 곳이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다. 미국은 그동안 “의약품 분야 이슈의 진전 없이는 FTA 협상을 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밝혀 우리 정부는 당분간 새로운 보험약가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신약검사시 미국 제약사의 제출자료를 축소하기로 하는 등의 양보를 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세는 그칠 줄 모른다.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의약품에 별도 협상분과를 설치해 집중적으로 시장개방을 논의하자”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유력제약사의 한 임원은 “한미 FTA는 허리케인이 태평양을 건너오는 것”이라며 “협상이 타결되면 쓰나미가 덮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미국 정부 뒤에는 5,200억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의약품시장의 약 절반을 점령하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최근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스크린쿼터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한국 의약품시장은 가격과 유통ㆍ라이선스ㆍ정부규제 등 미국 업체의 진출이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미 행정부와 재계는 급격한 시장환경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도 최근 주목할 만한 신약개발의 성과를 올리고는 있지만 미 업체와 경쟁력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규모에서부터 비교가 안된다. 비아그라 제조업체로 유명한 미국 최대제약사인 화이자는 지난 2004년 52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 돈으로 약 53조원, 이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오너로 있는 국내 최대업체인 동아제약의 지난해 매출액(5,336억)의 꼭 100배다. 제약업계 주변에서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한미 FTA 추진에 찬성하고는 있지만 속은 타들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떠도는 이유다. 제약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미간 규모의 차이는 신약개발 등 질적 능력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며 “엄청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협상에서 미 업체의 특허권 및 영업비밀 보호 강화대책을 주문하는 한편 의약품 가격인상을 부추길 신약의 약가책정 문제 등 현행 약가정책 전반에 대수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소비자 부담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오한석 간사는 “국내 제약사의 타격도 타격이지만 약값 상승으로 국민부담이 커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장은 FTA 협상에서 의약품 분과의 별도 설치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분과를 별도로 두면 미국 측의 입장이 부각되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 결국 의약품시장 전반에 걸쳐 급격한 시장개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워낙 거세 의약품 분과의 별도 설치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의약품시장의 완전개방이 국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전문의약품을 믿고 소비할 수 있는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오지만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검 승부에 연습은 없다”며 “한번 KO 되면 그걸로 끝”이라고 반론을 폈다. 시민단체에서는 “과거 글리벡 사태처럼 약값이 너무 비싸 서민들은 복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먼저 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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