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인수가 무산되면 우리의 민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지난 6월 우리금융 인수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강 회장의 의욕은 시도도 못해본 채 무산됐다. 우리금융 민영화 역시 불발됐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진로뿐 아니라 산은의 민영화를 놓고 또 다른 흐름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 나오고 있다. 두 곳 모두 민영화를 위해서는 2~3년간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은 민영화의 가능성에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도 여전하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미뤄진 것이 도리어 산은의 민영화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은 민영화는 플랜을 다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까지 한 주만 팔아도 된다지만…=산은 민영화 방안이 갑작스레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배경이 있다. 2004년에는 회사채 주간업무를 놓고 국내 증권사와 마찰을 빚었다. 2005년에는 파생상품 투자를 놓고 외국증권사와도 마찰을 일으켰다. 주한 미국대사관까지 개입하면서 통상마찰 수준으로 심화됐다. 이 와중에 2006년부터는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정부 내에서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을 위한 논의가 이뤄진다. 그러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게 산은의 민영화 방안이다. 결국 정책금융은 정책금융공사와 한국개발펀드(KDF)가 맡고 산은금융(산은ㆍ대우증권ㆍ산은자산운용ㆍ산은캐피탈)은 100% 민영화하기로 확정됐다. 개정 산은법에 따르면 오는 2014년 5월31일까지 정부가 산은지주 지분을 1주 이상 매각해 민영화를 시작하도록 규정했다. 산은의 한 고위관계자가 "아직 민영화를 위한 여유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산은 민영화, 가능할까=산은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던 이유 중 하나는 현재 구조만으로는 민영화 단계를 밟기에는 벅찬 탓이다. 민영화를 위해서는 '주식시장 상장'이 먼저다. 이익을 내고 있는 산은과 대우증권 등을 자회사로 두고는 있지만 기업공개(IPO)를 하기에는 2%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금융이 필요했다. 전국 영업점이 900개 넘는 우리은행을 갖게 돼 강력한 수신 기반을 확충할 수 있고 증권업계 1위인 대우증권과 4위 우리투자증권을 합치면서 지분 매각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영화 의지는 여전하다. 일단 자체역량을 강화해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세계적 투자은행(IB)에서 상업투자은행(CIB) 강화로 방향을 바꿨다. 수신기반도 자체적으로 키우고 스포츠ㆍ문화산업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국내외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영기 수석부행장은 "자체 점포 확대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회가 되면 M&A를 계속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민영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세계적 IB에서 이제는 CIB로 방향이 바뀌는 등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철학과 비전 없이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정책금융 재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수신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면서 "민영화를 위한 체질 개선 등이 우선일 듯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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