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구그룹/장인·개척정신 바탕 최고집념 활활(재벌)
입력1997-05-02 00:00:00
수정
1997.05.02 00:00:00
한기석 기자
◎인간중시 경영… 외부 인재추천제도 활성화/단합대회때 회장이 바텐더노릇 공동체 실감지난 3월 (주)청구는 경기도 김포군 고촌면 신곡리에 1백가구의 아파트를 공급, 청약 2순위에서 분양을 마감했다. 요즘 수도권아파트가 잘 팔리는 추세며 김포일대의 개발이 한창이라지만 경쟁업체들은 매우 의외로 받아들였다. 청구아파트의 분양가는 인근의 기존아파트 시세보다도 비쌌기 때문이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구아파트 가격은 다른 업체가 지은 것 보다 12천만원 더 비싸다. 이렇게 비싼 아파트를 앞다퉈 분양받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의문은 아파트 내부에 들어서면 쉽게 풀린다. 다른 평형에 비해 훨씬 넓어보이는 평면(아파트 내부설계), 구석구석 죽은 공간이란 찾아볼 수 없이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지혜가 확인된다. 아파트평면에 관한 한 청구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장수홍그룹회장의 경영철학은 「1천장을 버리더라도 한장의 완벽한 설계도면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장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했지만 딱 하나 설계도면 만큼은 아직도 스스로 챙기고 있다.
「장인정신」.
청구는 지난 7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 정신으로 주택전문업체로서 인지도를 얻고 명성을 날려왔다. 장회장은 이를 『마음과 혼이 들어간 상품을 만들어내는 자세』라고 설명한다.
국내 아파트역사에 있어 청구가 설립된 이래 수없이 쌓아온 「업계최초」 「국내최초」의 기록은 바로 이 정신에서 비롯된다.
▲82년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로얄하이츠아파트각 가정마다 실내 습도조절을 위한 분수도입, 화장실에 전화설치 ▲86년 대구시 서구 내당동 아파트1층 가구를 위해 전용정원 설치, 단지내 인공폭포 조성 ▲90년 평촌신도시 아파트주부를 위한 제2주방 설치, 어린이놀이터에 폐쇄회로 TV 설치 ▲92년 자연채광을 위해 욕실을 남향으로 배치 ▲93년 작은 평형전면에 방 2개와 거실을 설치 ▲94년 겨울철 미끄럼방지를 위해 경사진 아파트단지 출입로 밑에 히팅시스템 조성 ▲95년 20평형대 아파트에 화장실을 2개 설치 ▲96년 아파트거실에 따로 공간을 내 다목적실로 사용. 청구의 혁신에는 그침이 없다.
이 설비는 소개될 때 마다 고객들로 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객들에게 최고의 상품을 내놓기 위한 청구의 노력은 경영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난 94년 대기업으로는 최초로 임원공채를 했다.
최고의 상품을 위해서는 최고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두차례에 걸쳐 실시된 임원공채는 특히 다른 기업이 대부분 뿌리를 못내리고 도중하차 한 것과달리 청구는 회사성장에 가속을 얻고 사업다각화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다. 청구는 지난 94년 11월 삼성그룹 비서실장 출신인 이수완씨를 그룹종합조정실사장, 황성렬 유원건설사장을 청구주택 사장으로 뽑는 등 모두 11명의 임원을 선발, 화제를 뿌렸다.
이들 두 사람은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두각을 나타냈다. 이사장은 삼성에서의 경력을 십분 발휘해 그룹의 인력과 조직을 재편하는 등 남다른 수완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황사장도 건설업체에서 키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다. 강력한 친화력으로 분위기를 바꿔 기업의 이미지를 높였다. 또 사장실안에 직통 팩시밀리를 설치,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바로 처리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그룹의 주력회사인 (주)청구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전했다.
임원뿐 만이 아니다. 청구는 경력사원을 뽑을 때 외부의 우수인력을 추천하는 임직원에 대해 인사고과에서 특별 가산점을 주고 사장명의로 상품까지 지급한다. 사내추천제도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까지 경력사원을 모집하는 것은 기존 공채위주의 채용방식으로는 필요한 시기에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지만 청구가 얼마나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맥은 장인정신이다.
청구의 장인정신은 개척정신으로 이어진다. 물론 두 단어는 서로 통한다. 하나가 최고를 향한 목표이며, 다른 하나는 이를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볼 수 있다. 한가지 예를 보자. 사내추천제가 장인을 뽑자는 것이라면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21세기 콜롬버스위원회」를 들 수 있다.
이 위원회는 사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근무연수 1년 이상의 주임 및 대리급 직원들로 구성돼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방안까지 모색한다. 위원회의 회의가 끝나면 3일 이내에 결과를 최고경영층에 보고하며, 이에 대해 사장의 지시가 있을 경우 관련 부서장은 지체없이 시행을 해야 한다.
또 회의 운영상 필요한 자료나 설명은 해당 부서의 의무며, 위원들이 회의때 하는 발언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면책특권을 갖게 된다.
윤주호 인사담당 상무는 『기업경영에서는 젊은이들의 신선한 감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위원회를 만든 취지다. 윤상무는 『건설업체에는 드믄 소사장경영제와 집중근무시간제 등도 같은 취지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청구는 주택으로 시작했고 아직도 주택이 주력사업이다. 하지만 청구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모두 낯선 분야지만 특유의 개척정신으로 선발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분당의 블루힐백화점은 올해 3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청구는 3년전부터 모니터제도를 도입해 개점에 대비하는등 준비를 했고, 개점과 동시에 1백% 교환 환불제도, 배송서비스 확인제, 고객보상제 등을 도입, 고객위주의 경영을 펼치고 고급이미지를 추구하하고 있다. 오는 99년에는 왕십리 역사백화점을 개점하며, 2005년 완공 예정인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을 제3섹터방식으로 건설중에 있다.
건설에 이어 유통·물류부문에 그룹의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보통신사업에도 손을 대 주파수공용통신(TRS)사업에서 아남텔레콤의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회선임대사업은 (주)두루넷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PC통신서비스 및 인터넷서비스와 시스템통합(SI)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장인과 개척정신으로 요약되는 청구의 기업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정신은 끈끈한 인간적 유대다. 이는 직급과 부서간의 벽을 허물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구맨들은 매일 점심시간에 인근 당구장에서 주임부터 부장까지 점심을 시켜먹으며 쿠션볼을 친다. 이곳에서는 항상 질펀한 농담과 파안대소가 이어진다. 서로 친구임을 확인한다. 회사에서는 이를 금지하기는 커녕 상금을 걸고 당구대회를 열어준다.
어쩌다 있는 단합대회에는 장회장이 1일 바텐더를 맡아 주방모자를 쓰고 직원들에게 술을 따라준다.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안주를 나르면서 종업원이 된다. 『장회장, 여기 맥주 5백cc 추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하극상(?)은 자연스럽게 통하며, 모두가 이를 즐긴다.
사업시작 24년만에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2개 정보통신회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자산순위 재계 34위, 건설도급순위 25위의 청구를 만들어낸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한기석>
◎(주)청구 심현영 대표이사부회장/“변화하는 미래대비 항상 준비”
『나이든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지만 젊은이는 미래를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업은 남보다 한발 앞서 준비하고 어떤 환경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심현영 (주)청구 대표이사 부회장이 생각하는 기업문화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적응력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청구를 있게 한 장인정신과 개척정신도 좋지만 무한경쟁시대를 맞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회장은 『평소 지켜본 청구는 아파트평면과 영업능력면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새로운 주거문화 창조를 위해 신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가 시원한 평면, 우성이 아기자기한 설계였다면 청구는 둘을 조화시킨 짜임새 있는 내부구조가 장점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30년 이상을 현대맨으로 지내다 이제 갓 청구의 유니폼을 입은 심부회장은 내부에서 본 청구의 단점으로 설계를 비롯한 기술인력의 부족을 들었다. 실제로 청구는 설계초안을 대부분 외주를 통해 잡고 있다.
기자와 만난 날도 건설현장 2곳을 다녀왔다는 심부회장은 『현장소장이 일요일도 없이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해 격주로 이틀씩은 꼭 쉬도록 하라고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이제 구시대의 덕목은 사라져야 한다. 젊은이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업정신이 필요한 때다.』 그가 강조하는 새로운 기업상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