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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도둑이 잡히는 법
입력1999-07-15 00:00:00
수정
1999.07.15 00:00:00
범죄자한테는 도망가고 피신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범행의 달성은 성공적인 도피로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 범죄심리이다.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창원, 그는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후 경찰포위망을 7차례나 뚫고 도망치며 30개월째 잡히지 않고 있다.도망가는 범죄자는 갖가지 신변보호책을 쓴다. 순진한 옛날 도둑은 들보 위에 숨는 것이 중요한 도피술이었던지 후한서(後漢書)에는 들보 위의 도둑을 듣기 좋게「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빗대어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어떤 유괴살인범은 불안한 나머지 일부러 도둑질을 해 서울교도소 감방 안에 은신해 있다가 공모자의 제보로 113일 만에 잡힌 일이 있었다. 붉은 담 안의 「양상군자」가 잡힌 셈이다. 그 양상군자에 비하면 서울 성북경찰서에 잡힌 살인범은 억세게 운이 좋은 편인가. 공소시효 15년이 경과한 직후에 잡혔으니까.
그는 젊은 나이 23세 때 상주군 외딴 산길에서 꿔준 돈 4만5000「환」을 독촉하는 빚쟁이를 허리띠로 목졸랐다. 피신책으로 군에 자진입대했고 제대 후에도 숨어 산 그는 시간 경과로 형벌권이 소멸해 법의 처벌에서 벗어났다.
그 대신 39세가 되기까지 15년3개월은 끊임없이 쫓기는 불안한 세월이었다. 도망자들이 공교로운 운명의 장난으로 붙잡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서울 서초경찰서에는 2인조 택시강도가 40분 뒤에 같은 택시를 잡아탔다가 붙잡힌 사건기록이 있다.
서울 구로구 독산동에서 젊은 여성들 화투놀이 현장을 새벽에 습격한 4인조는 반지 때문에 잡혔다. 4인조 가운데 1명이 강탈한 금반지를 끼고 같은 동네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바로 그 금반지를 피해자에게 선물한 사람한테 들켜 잡히는 몸이 됐다.
서대문 경찰서는 3일 간격을 두고 똑같은 시간(새벽3시)에 똑같은 경로를 따라 택시강도를 하던「미련스러운 범인들」을 잡은 일도 있다. 이런 실례들은 도망자들에게는 억세게 운이 나쁜 일인 대신 일손이 부족한 경찰한테는 매우 운이 좋은 경우가 된다.
며칠 전에는 먼지를 일으키며 강원도 산길을 추월경쟁하던 끝에 격분해서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잔혹히 살해한 30대 범인 2명이 6개월 만에 경기경찰청에 잡혔다. 이 사건은 범인을 아는 사람의 제보로 풀렸다. 요즘은 점점 잔혹해지는 「양상군자들」을 우연히 잡기가 쉽지 않다. 경찰의 치밀한 수사와 고발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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