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변형식(가명)씨는 얼마 전 급전이 필요해 고민하던 찰나 지난 2012년 여름 무렵 가입한 본인 명의의 변액종신보험이 떠올랐다. 곧바로 해지 환급금을 조회해봤으나 변씨는 이내 실망했다.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변씨의 고등학교 동창인 보험설계사는 "펀드 갈아타기 기능을 잘 활용했으면 환급금이 높았을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펀드 문외한인 변씨로서는 답답함이 더해졌을 뿐이다. 변씨는 "펀드를 비교해가며 갈아탈 정도로 시장 상황을 잘 안다면 사업비가 많은 변액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직접 펀드에 가입해 돈을 굴렸을 것"이라며 "가입 10년이 넘으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적립금도 납입 보험금을 넘어설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실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변액보험 가입자들은 별도 수수료 없이 1년에 12회 정도 펀드를 갈아탈 수 있지만 해당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변액보험의 장점으로 '수수료 없는 펀드 갈아타기'를 내세우고 있지만 펀드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 부족과 상품을 판매한 보험설계사들의 방치로 외면 받고 있는 것. 보험설계사가 계약 체결 당시에는 고객의 펀드 수익률 관리를 약속해놓고서는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크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펀드변경 기능을 이용하는 변액보험 가입자가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보험사 관계자는 "변액보험 펀드 변경 기능을 이용하는 고객은 4% 내외로 보면 될 것 같다"며 "해당 기능을 알고 있는 가입자들도 펀드 수익률이 향후 어떻게 될지 몰라 굳이 펀드 변경기능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회사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펀드 변경 절차 또한 복잡한 편이다. B 보험사의 경우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서 펀드 변경을 하려면 '사용권한이 없다'며 전화나 e메일을 통한 상담을 권한 후 모바일 앱을 통해 펀드 변경이 가능함을 알려준다. 보험사에서 위탁운용 중인 펀드에 모두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변액보험 상품에 따라서는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펀드가 서너 개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변액보험을 중간에 해지할 경우에는 손해가 크다.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수당과 위험 보험료 및 보험계약 유지 비용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펀드에 투자해 운용한다. 또 7년 이내에 보험 계약을 해지할 경우 미상각 신계약비 명목으로 추가적으로 적립금을 차감하기 때문에 해지환급금은 훨씬 줄어든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가입 1년 이내에 변액보험을 해지할 경우 해지 환급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변씨가 가입한 변액종신보험의 경우 현재까지 납입 보험료는 1,375만원이지만 적립금은 981만원, 해지 환급금은 776만원에 불과해 해지 환급률이 56% 수준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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