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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반도체 혁명은 이제부터다

정보처리 초미세 기술 개발 어디까지20세기 후반은 반도체 혁명기다. 컴퓨터를 비롯, TVㆍ냉장고ㆍ자동차, 심지어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반도체가 들어 있지 않은 물건이 없을 정도다. 혁명의 불씨는 트랜지스터. 1947년 벨 연구소가 실리콘을 이용해 전기신호를 증폭하는 데 성공하면서 트랜지스터 시대가 열린다. 당시 1인치에 달하던 트랜지스터는 발전을 거듭, 이제는 현미경을 이용하면 겨우 보일 정도로 작아졌다. 지금은 같은 크기의 공간에 수 천 만개의 트랜지스터를 넣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실리콘 반도체 시대는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크기를 줄이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0년 안에 실리콘 칩은 박물관 소장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분자 칩 실리콘의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까.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분자 칩. 모래알의 수백 만분의 1정도에 불과한 분자가 실리콘 트랜지스터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분자 칩이 풀어야 할 문제는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크기의 물질에 전극을 붙이는가'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실리콘 반도체는 조각품을 만드는 것처럼 실리콘 판(웨이퍼)을 정밀하게 파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분자칩은 만들 수 없다. 분자보다 작은 조각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숙제의 실마리가 발견됐다. 벨 연구소가 분자 반도체를 만드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 한 것. 벨 연구소는 '자가형성(Self-assemble)'이란 방법을 사용했다. 자가 형성은 마치 이슬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 전극에 원자크기의 이슬점을 맺히도록 한 뒤 그 위에 다시 전극을 달아 트랜지스터를 완성한 것이다. 벨연구소의 분자칩 기술은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파울 와이스 교수는 "간단하고 영리한 접근방법이다. 너무 아름답다"라고 말했을 정도. 분자칩의 또 다른 주자는 탄소나노튜브다. 가늘고 긴 대롱처럼 생겼고 두께가 1나노미터(나노는 10억 분의 1미터)에 불과한 탄소나노튜브가 새로운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IBM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2개의 트랜지스터로 연산회로를 구성했다. 탄소나노튜브로 반도체를 만들면 필요한 2가지(PㆍN형)중 P형만 만들어진다. IBM은 P형 트랜지스터를 진공에서 가열, N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 ◇조를 넘어 경의 시대 물리적 한계에 대한 도전은 저장장치(스토리지) 분야에서도 활발하다. 이제 막 열리고 있는 테라(Teraㆍ10의 12제곱) 시대에서 자기 저장장치의 능력이 한계치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 몇 십 페타(10의 15제곱), 즉 경의 시대를 여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해 말 수직방식으로 저장하는 장치를 개발, 이 분야 신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삼성종기원이 달성한 최대 저장량은 1평방 인치당 60기가비트. 지금까지 사용해온 수평 방식 저장장치보다 절반 이상 능력이 늘어난 셈. IBM은 나노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저장장치 개발에 나섰다. 스위스 취리히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원천기술 연구에는 87년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던 이 연구소의 원자현미경(AFM) 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밀리패드(노래기)'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는 IBM의 연구 프로젝트의 핵심은 10~20 나노미터 침(針)을 무수하게 만들어 저장매체 위에 구멍을 내는 것. 열을 받아 구멍이 난 곳은 '1', 그대로 남은 곳은 '0'을 표시하도록 해 정보를 기록한다. 간단한 원리지만 현실화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연구책임자인 피터 베티거 박사는 "수많은 침을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의 개발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과 비슷한 고분자물질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인한 저장매체의 내구성 문제도 아직은 미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IBM뿐 아니라 삼성ㆍ히타치 등도 '나노 저장장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종기원의 한 관계자는 "1등 업체는 5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소형 저장장치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인터넷 인터넷도 한계에 봉착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량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것. 원하는 정보를 찾자면 몇 시간씩 '마우스 품'을 팔아야 한다. 정보를 찾아 헤매는 시대가 아니라 기성복을 사는 것처럼 원하는 정보를 맞춤식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시대가 준비되고 있다. 일명 차세대 인터넷, '그리드(grid)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추격전도 만만찮다. 그리드 시대에 필수적인 그리드운영체제(OS)ㆍ브라우저ㆍ개인용 네트워크제어 등 관련기술 개발에서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 내년부터 5년간 43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센터의 박형우 개발실장은 "우리나라의 기술은 아시아 최고"라며 "아시아 그리드 포럼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취리히(스위스)=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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