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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금이 다시 반짝거린다

15개 유럽 중앙은행이 지난달 26일 갑자기 앞으로 5년 동안 금 매각을 자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세계 금시장에 그리 큰 변화를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번 발표에도 불구, 영국과 스위스 중앙은행은 각각 400톤과 1,300톤의 금 매각을 계획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른 중앙은행들의금 매각 계획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 시장은 이 발표를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였다. 발표 다음날인 27일 국제 금값은 하루 상승치로는 17년만에 최고인 6%까지 상승했다. 지난 8월25일 20년만에 최저가인 온스당 257.70달러를 기록했던 금값은 28일 300달러선을 회복했으며 29일 홍콩 시장에서는 309.0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가격 상승은 지난 5월 영란은행이 보유한 금 400톤(올해 125톤)을 매각하겠다고 발표, 그동안 금값 하락의 장본인으로 지목받던 영국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엄밀히 말해 영국의 금 매각은 가격하락 요인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앙은행들의 매각 자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캐나다, 벨기에 중앙은행은 이미 금을 매각했으며 스위스도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투기꾼들도 금 매도에 나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저개발국 지원자금 확보를 위해 자체 보유 금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IMF의 매각 계획은 당분간 유보됐다. 시장반응이 보여주듯 전세계 공식 금 보유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 중앙은행들의 매각 자제 결의는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켰다. 이들이 적어도 당분간은 금의 보유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이 소량의 금을 대여해 얻는 이득보다 금을 보유함으로써 거둬들이는 이득이 더 높기를 바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영란은행의 기록이 입증하듯 금이 더이상 안정된 통화가 아니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낮은 인플레는 경제에 축복할 일이고 국채 거래가 원활해지는 것 역시 좋은 일이긴 하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적절한 정책을 제시, 비상정책을 강구하지 않아도 될 때만 인플레 예방과 안정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이 가진 전통적 역할은 사라질 것이다. 금 매각 유보 조치가 끝나는 5년 후 이런 신뢰가 구축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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