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과 음식업을 비롯한 자영업의 부실이 일반 제조업체의 최대 4배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자영업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출범 3년 만에 자영업에서 파생된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정부 정책부터 부실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4개 국내 일반은행들의 부실여신(고정 이하 여신) 비율을 산업별로 나눠 살펴본 결과 대표적 자영업종인 숙박업과 음식업의 부실여신 비율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여신의 4.1%에 이르렀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02년 말의 1.7%보다 2.4배나 증가한 것으로 이들 업종의 부실 비율은 출범 첫해인 2003년 2.8%에 이어 이듬해에 3.7%를 기록하는 등 매년 급등세를 이어왔다. 폐기물과 청소 관련 서비스업 등 자영업의 또 다른 형태인 ‘기타 개인 서비스업’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도 2002년 말 2.1%에서 지난해 말에는 4.4%까지 급등,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일반제조업체의 부실 비율인 1.1%의 4배에 이르는 규모이며 건설업의 1.6%에 비해서는 2.5배나 된다. 특히 제조업체의 부실여신 비율이 2002년 말 4.2%에 비해 4분의1 가까이 줄어든 것이나 건설업 부실비율이 참여정부 출범 직전 5.1%에서 3분의1 이상 감소한 것과 달리 이들 자영업 부문은 급증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같은 기간 일반은행의 전체 여신 가운데 부실여신의 비율이 2.4%에서 1.3%로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은 점을 감안하면 유독 자영업의 부실만 급격히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이른바 ‘맞춤형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들여 자영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부실 비율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전방위지원책이 공(空)회전만 거듭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한 민간연구소의 선임 연구위원은 “자영업의 부실 비율 증가는 내수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제도적 지원책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경우 금융권의 부담도 갈수록 늘어날 뿐 아니라 두고두고 경제 전반에 뇌관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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