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뱅킹(PB) 관련 시장은 국내에서 걸음마 단계다. 세계 최대 PB 업자인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스위스의 UBS가 2,0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반면 국내 은행 PB사업부가 굴리는 자산은 기껏해야 수십조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글로벌 PB 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데다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PB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지주사 임직원이 자회사 간 겸직이 조만간 가능해져 은행과 증권의 협업모델인 신한은행의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에 업계의 기대가 쏠리는 모습이다.
◇해외가 주목하는 PWM 모델=신한이 PWM 모델을 처음 선보인 지난 2011년 말 관리했던 자산규모는 11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10월 말 현재는 22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신한PWM이 보유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 역시 10월 말 기준 7,130명으로 34%가량 증가, 올해 7월부터 금융권 1위를 지키고 있다. 신한PWM은 올 10월 금융전문지인 '더뱅커'로부터 대한민국 최우수 PB로 선정됐다. 또 유로머니 등으로부터 3년 연속 최우수 자산관리 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은 PWM 경쟁력의 원인을 투자상품 및 자문전문가 그룹인 IPS(Investment Product & Service)에서 찾고 있다. IPS본부는 은행과 증권 양사의 상품·자문·포트폴리오 분야 전문가 130여명으로 구성된 신한금융 통합조직이다. IPS는 또 'IPS전략협의회'를 운영, 시장의 갑작스러운 이슈 발생에도 신속하게 대응한다. 은행권 중 유일하게 부동산 매수·매도에 대한 투자자문 사업모델을 확립해 보다 전문화된 부동산 종합 투자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서진원 신한은행장 또한 2011년부터 "외형 증대가 아닌 PB 사업 본연의 역할인 '고객 자산 키우기'에 충실하자"며 PWM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이 하면 다르다=지금은 외국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신한 PWM 사업 모델이지만 2011년까지도 전망은 좋지 않았다. 신한은행 영업점과 신한금융투자 영업점이 한 지점에 같이 있는 BWB(Branch With Branch) 모델이라 투자상품이 훨씬 많은 증권상품으로 고객수요가 쏠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은행 쪽 직원들이 증권사 상품에 대한 투자권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해결책은 실적에 대한 새로운 평가제에서 나왔다. 신한금융 측은 실적을 이중으로 계산해주는 '더블 카운팅'을 도입, 고객이 신한은행에서 돈을 빼 신한금융투자 상품을 사더라도 신한은행 PB와 신한금융투자 PB 모두의 실적이 되게 했다. 계열사 간 실적 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 셈이다. 신한은행이 운영 중인 25개 PWM 지점은 모두 BWB 모델을 도입하고 있어 경쟁사의 PB지점보다 훨씬 다양한 투자상품 라인업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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