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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분위기 바뀌는 하나·외환 조기 통합

경영진 이어 직원들도 '조기 통합' 지지 선언… 극적 반전 이뤄지나<br>"명분과 실리 챙기기 최고 적기" 김한조 외환은행장 설득 촉매<br>하나금융도 탕평인사 등 알려 외환 노조 마음 돌리기 나서


하나와 외환은행 간 조기 합병을 둘러싼 기류가 조금씩 변하는 양상이다. 전혀 해소될 것 같지 않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직원 간 갈등이 극적으로 반전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고위 경영층만의 '공허한 메아리'로 머물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외환은행 부서장과 지점장에 이어 일부 노조원들까지 대세(조기합병)를 거스를 수 없다며 자세 전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명분(5년간 독립 경영)과 실리(고용안정·근로조건유지)의 갈림길에서 실리를 챙기려면 지금 협상해야 한다"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설득이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기통합이 최고 금융그룹으로 향하는 도약대가 돼 줄 것이란 안팎의 평가도 분위기 반전을 촉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은행 간 조기 합병은 금융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신한금융마저 예의주시할 만큼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까지 긍정 일색의 리포트를 낼 정도. 최근 실적이 나빠지며 자존심에 상처가 난 외환 직원으로서는 이런 주위 시선과 평가에 태연하기 어렵다. 한 금융계 고위 인사는 "금융환경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조기통합은 위기를 극복하고 최고로 거듭나는 양수겸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외환 직원들도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패를 쥔 노조가 조만간 방향 전환을 모색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통합 분위기 극적 반전 이뤄지나=지난 7월 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의해 조기합병론이 공론화된 이후 합병 논의는 사실상 교착상태였다.

하지만 지난주를 고비로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 역력하다.

17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외환은행 본점 부서장과 팀장으로 구성된 '부점장 협의회'가 조기 통합 지지를 결정하고 나선 것. 이들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을 통해 "은행장의 조기 통합 결단이 외환은행 조직과 가족의 미래를 위한 고뇌의 결과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조합도 외환은행과 직원들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 대안 마련을 위해 경영진과 대화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경인영업본부를 시작으로 각 영업본부별 모든 지점장이 역시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조기 통합에 대한 지지 의견을 밝히면서 "노조가 조합원들과 솔직하게 소통하고 경영진과 실리를 확보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분위기는 일반 직원들에까지 침투되고 있다.

외환은행에서 외환카드로 옮기는 300여명의 직원들이 금융위원장에게 승인 지연으로 하나SK카드와 조속한 통합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호소문을 전달한 것. 하나금융으로서는 화색이 돌 만했다. 임원과 지점장·부서장 등에 이어 은행 노조원 일부도 은행 간 조기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조기통합론이 대두된 후 외환 내부의 반발 기세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외환은행 크게는 금융산업의 처한 현실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5년간 독립보장이란 약속 자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외환 맨의 기본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조의 공식 입장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결국 노조가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외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환 내부에서 이제는 투쟁할 때가 아니라 조기통합을 인정하고 문제를 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협상을 위해 명분축적이 필요한 노조가 극적 반전에 나설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내 조기통합을 향한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탕평 인사 등 알려 노조 마음 돌리기 나서=하나금융도 이런 여세를 몰아 공정한 인사 현황과 비전 알리기에 나섰다. 조기 통합을 해도 인사상 불이익은 없을 것이며 그동안 하나금융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펼쳐온 인사 내용만 보더라도 '탕평 인사'가 가능할 것임을 외환 노조가 알아달라는 얘기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하나은행 임원 전체 51명 중 기존 하나 출신은 8명(15.7%), 부점장급인 관리자 구성도 총 1,095명 중 하나 출신은 168명(15.3%)이다. 임원 가운데 85%가 서울·보람·충청 등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졌다는 얘기다. 과거 신한과 조흥은행 간 합병 때도 신한은 예보 아래에서 누적된 조흥의 인사 적체 문제를 3년가량 조흥 직원이 승진을 많이 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정서적 결합을 위해서는 스킨십 강화뿐만 아니라 인사상 통근 양보도 각오해야 함을 보여준다.

하나금융은 특히 조기통합이 되면 외환과 글로벌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과 프라이빗뱅킹(PB)과 스마트금융에 앞선 하나은행 간 이종교배로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최고 은행에서 일할 기회를 앞당기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임원은 "외환 직원의 자존심을 살리고 실리를 안겨준다면 조기통합의 꼬인 실타래도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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