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치면 더 안정적인 자산을 통해 과거 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28일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8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가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은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3이나 4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며 통합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자본이 8조원이 된 만큼 시장에 나가서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다"며 "하지만 금융투자회사는 지속적인 자본확대가 필요한 만큼 아직도 갈증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서로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고 장점은 극대화해나갈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이라고 확신했다. 예컨대 대우증권은 막강한 리서치 조직과 함께 해외시장까지 담당할 수 있는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조직을 갖고 있고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가 국내외의 간접투자상품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번 결합으로 해외 직접투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나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역량이 뛰어난 만큼 많은 얘기를 할 필요는 없고 리스크(위험)만 잘 관리하면 된다"며 "기업은 다양한 색깔이 있어야 하며 일사불란한 조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증권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직원들에 대해 여러 차례 '후배'라는 표현을 썼다. 박 회장은 "후배들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으며 단지 같은 곳을 보고 나아갔으면 한다"며 "기존 한국 증권업계의 합병 후 구조조정 선례를 따라갈 생각은 없으며 새로운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구조조정 1순위로 꼽혔던 영업점에 대해서는 현재 미래에셋증권(76개)과 대우증권(107개)의 영업점을 합한 수와 비슷한 177개 영업점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국내 상업은행의 경우 위탁자산 300조원 규모에 800~1,000개의 영업점을 유지하고 있다"며 "통합 미래에셋증권은 오히려 영업점을 250개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업계에서 인수 과정의 최대 걸림돌로 제기되던 미래에셋캐피탈 등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보유 자금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울러 합병 이후 발생하는 통합 미래에셋증권 자사주 매입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그룹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안이 국외에서 통과된 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카드'가 있다"며 "예를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의 인수합병을 위해 준비한 자금으로 (캐피털 증자)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금융지주사는 관리하기는 좋지만 기업가 정신, 변화에 대한 수용 능력, 실행 능력 등 야성(野性)을 잃어버릴 수 있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미래에셋그룹은 투자 전문 그룹으로 집중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아주 느슨한 연대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KDB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합병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KDB자산운용을 종합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는 다르게 헤지펀드나 채권 등 중수익 포트폴리오 전문 운용사로 키워가겠다는 복안이다. 통합 법인의 명칭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대우증권이 갖는 역사성을 볼 때 '대우'라는 이름을 함께 쓰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하지만 대우증권의 임원들과 물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양사의 합병을 최대한 신속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밀실사, 주식매매 계약체결, 합병인가 등 남아 있는 과정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에 통합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합병은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으며 이른 시간 내에 하는 것이 미래에셋의 DNA"라며 "강한 미래에셋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박성호·송종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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