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4일 마련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두고 내년 경영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성과급 지급을 전년보다 300만원 줄이고 노조는 임금피크제를 미흡하나마 확대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상황이 어느 때보다 어둡고 고급차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내놓고 제2도약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노사가 극단적으로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확대 "부족하지만 한걸음 더 나갔다"=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달 초 출범한 노동조합 박유기 집행부가 강성 노선인 점, 협상 개시를 위해 인수인계 과정이 필요한 점, 임금피크제 등 주요 현안에서 입장 차가 큰 점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협상을 시작한 지 10여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특히 좀처럼 길이 안 보이던 임금피크제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이 눈에 띈다. 노사는 올해 이미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만 59세 동결, 만60세 10% 감액)를 내년부터는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에 대해 시행하고 향후 확대해나가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만 60세뿐만 아니라 만 59세 간부사원도 임금이 10% 감액된다.
물론 임금피크제를 전면 시행하는 다른 기업에 비해서는 내용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고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어느 기업보다 강성인 현대차가 한걸음이라도 더 나아갔고 내년에 이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노사는 또 청년취업, 퇴직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내년 단체교섭에서 합의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임단협 합의안에는 악화된 경영상황을 반영해 기본급 및 성과급 축소 합의안(기본급 1만3,000원 인상폭 감소, 성과격려금 50%+170만원 축소)을 도출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노조원들은 성과격려금 축소 등 지급액이 지난해보다 300만원 이상 줄고 전년 대비 연봉 또한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 도출 및 교섭 마무리에 따라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 불참을 통보해 민주노총 연말 투쟁일정이 무산되는 등 노동계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불안요소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강성인 노조 왜 입장 달라졌나=노사 간의 이번 합의는 내년 위기감이 적극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국내 판매량이 19년 만에 120만대를 돌파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치인 820만대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 둔화 및 저유가에 따른 러시아와 브라질 시장 수요 축소가 가장 큰 이유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및 'EQ900' 출시에 따른 생산대응, 제네시스 성공에 대한 부담감 역시 노조가 임금피크제와 성과급 축소를 받아들인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 종료 후 새로운 노사문화를 구축해 고객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사공동 이미지 개선활동'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품질 세미나를 통해 품질 문제점을 공유하고 하반기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수립 적용할 계획이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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