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사무동 PDC#2 건물 5층 전체가 통합공정사무실로 전격 전환됐다.
이른바 '워룸(war room·상황실)'으로 불리는 이곳은 정성립(사진) 대우조선 사장이 직접 지시해 만들었으며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공정 현황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상황판과 각종 자료, 회의실 등으로 꾸며졌다.
정 사장은 워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양 프로젝트 각각의 진행사항을 확인하고 자재 현황이나 손실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공정 관련 회의와 선주사와의 협상, 협력사 대표와 간담회 등 현장 관련 모든 업무를 챙기고 있다.
해양플랜트 공사 지연 등으로 올 들어 3·4분기까지 4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은 지난 10월말 채권단의 긴급 자금 지원 결정으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여전히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가 적지 않은 만큼 건조 일정이 또다시 늦춰질 경우 추가 손실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워룸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정 사장은 이달 1일부터는 스스로를 아예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책임자(PM)로 임명하고 더욱 현장에 밀착했다. 통상 PM은 상무나 전무 등 임원급이 맡는데 정 사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사장이 직접 PM을 맡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실제 지난 한 달간 생산 능률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고 전했다.
정 사장이 언제까지 PM으로 활동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언제든 긴급상황에는 사장이 직접 현장에 뛰어든다는 인식이 현장 직원들 사이에 퍼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세계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426억 달러 상당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양플랜트는 이중 45%인 190억 달러 정도다. 대우조선은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 전사 대토론회를 열고 공정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