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아이스케키 등 온갖 장사·공장 전전
"건강한 삶 욕구 커지면서 헬스케어가 대세" 확신
과감한 투자로 안마의자·요화학분석기 등 결실
피부·미용기기까지 최고 로봇헬스케어 기업 목표
경상북도 영주의 중학생 소년은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기차를 타고 서울역을 찾았다. 가난했던 집안 형편상 먹고 살기 위해서는 한 푼이라도 벌어 집안에 보탬이 돼야 했다. 때로는 구두를 닦고 때로는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메고 '아이스케키'를 팔았다. 그마저도 할 게 없을 땐 직업소개소를 통해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공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제는 1만7,500개의 이노비즈 기업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이규대(57·사진) 메디칼드림 대표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이 대표는 성인이 된 뒤 작은 기업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직장생활로는 집안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경험이 남달랐기 때문일까. 그는 벌이는 사업마다 수완을 발휘했다. 배추장사를 시작으로 차떼기 노점과 가게 운영 등 손을 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뒀다.
그는 "강원도에 차를 직접 몰고 가서 배추를 산 뒤 밤새 깨끗하게 배추를 다듬어 남들 다 가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대신 김장 준비로 바쁜 양재동 식당가에서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았다"며 "어린 시절부터 온갖 장사와 일터를 전전하다 보니 남들보다 돈 버는 재주는 있었던 것 같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그는 본격적으로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당시 막 붐이 일기 시작한 안마의자는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유통업체로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뻔했다. 자체적인 기술이 없으면 기업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2000년 전후로 안마기기 위탁제조생산(OEM)에 뛰어들고 연구개발(R&D)에 눈을 돌린 결과 2004년부터 선보인 토종 안마기 제품인 '메디칼드림'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그는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건강한 삶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커지면서 헬스케어 제품이 대세가 될 것이라 일찌감치 확신했다"며 "당시만 해도 수입 제품 일색이라 토종 제품을 개발할 인력도 모자랐고 직접 생산을 하고자 해도 부품 조달이 어려워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체 기술력 확보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국내 업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만 집중한다는 목표 아래 이용자의 체지방 측정과 스트레칭 효과 등 건강관리와 운동 효과를 동시에 갖춘 제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2006년에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이렇게 10년 사이에 R&D에 투입한 금액만 15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를 통해 메디칼드림은 안마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순수 국내 부품과 기술력으로 안마기를 제조할 수 있는 토종 기업은 메디칼드림이 사실상 유일하다. 기술력 역시 독보적이다. 국내외 발명 특허만 25개가 등록됐고 230여건의 산업재산권(발명특허·실용·디자인·상표 등)을 보유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기술개발에 몰두하다 보니 특허 유지비만 1억원이 넘게 들어가고 다양한 실패도 맛 봤지만 덕분에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원천기술을 2개나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남들보다 지나치게 일찍 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한창 회사가 비상하려던 시점에 기술 유출 문제가 터졌다. 당시 연구소장이 중국의 한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국가 연구과제로 진행된 프로젝트 기술이 유출될 위기에 놓였던 것.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이 대표가 외부 유출을 단호히 반대하자 당시 연구소장이 쌓아온 연구 자료를 모두 하드디스크에서 지우고 떠나며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기술 유출 이슈로 검찰과 국세청의 기나긴 조사 등을 거치며 사실상 5년에 가까운 시간을 날렸다"며 "이러한 위기를 겪으며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타이밍을 놓쳐 5~10배 이상 클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기술 유출을 예방하고 시장 진입 타이밍을 제대로 살려 회사별로 5억원 이상만 매출이 늘어도 이노비즈 협회 기업 기준으로만 8조원의 추가 매출 상승이 발생한다"며 "이때의 경험이 이노비즈 협회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물론 회사를 포기할까 고민했을 정도의 위기였지만 자체 기술력에 바탕을 둔 '세상에 없던 제품'에 대한 개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위기 속에서도 약 3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통해 개발한 요화학 분석기가 대표적이다.
요화학 분석기는 소변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서 며칠씩 기다려야 했던 불편함을 단번에 해소하고 가정에서도 손쉬운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단 7초 만에 잠혈과 빌리루빈·단백질 등 10개의 성분 분석을 끝내는데 전항목 평균 93%의 일치율을 보일 정도로 정확성이 높다.
그는 "요화학 분석기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린 제품"이라며 "현재는 고협압과 당뇨·전립선·간경화·췌장암 등 27개의 질병 체크가 가능하고 조만간 80개 항목까지 동시 체크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다만 이 대표는 "이 제품이 의료기기가 아닌 의약품으로 분류되며 병원에서만 팔게 지정돼 그동안 수출 상승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최근 규제 개혁으로 수출길이 본격화됐지만 3년을 허송세월하는 사이 중국에서 유사 제품을 모방한 뒤 덤핑을 하면서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점은 두고두고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최근 들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8개국과 수출 MOU를 체결했고 중국과 멕시코 등에서 800만달러 규모의 대형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만 1,500만달러의 수출 계약이 이뤄졌다.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107g) 제품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최근에도 2~3일에 한 건씩 계약 문의가 올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이 대표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여간 공을 들여온 헬스케어로봇 사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2006년부터 정부 과제로 시작됐던 이 프로젝트는 생체 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로봇 마사지 체어를 개발하는 게 주목적이다. 서울대·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과 협력 중인 이 사업은 요화학 분석기와 체지방 측정 기능 등 메디칼드림의 기술이 집대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디칼드림은 피부·미용 전문 의료기기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억원대에 불과했던 매출이 내년에는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찌감치 남다른 고생과 시행착오를 겪었던 탓에 이 대표는 동료 기업인들이 어려움에 빠지면 어김없이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 위기에 빠지거나 부도를 맞은 동료 기업인들이 있으면 새로운 사업 파트너나 투자자를 소개하거나 긴급한 경우 급전을 빌려주는 등 누구보다 앞장서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한다는 후문이다. 지난 2월 이노비즈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중소기업의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5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들어 경영 어려움에 빠지거나 심지어 부도를 맞는 동료 기업인들이 적지 않아 어느 때보다 도움의 손길이 기업인 상호 간에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로봇 헬스케어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와 함께 동료 기업인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 기업인이 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중기 500곳 누비며 일자리 창출 이끌어 글로벌 협업도 주도 ■이노비즈협회장 맡은 이규대 대표 |
이규대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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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박진용기자 yongs@sed.co.kr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