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사업다각화만이 살 길입니다. 대신 시설투자 없이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됩니다” 환경 분야 수(水)처리 업체로 알려진 젠트로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숙취해소음료 ‘젠트로’, 체지방 감소음료 ‘젠트로F’ 등으로 음료시장에 진출하더니 최근에는 ‘젠트로스키너’로 화장품시장에도 명함을 내밀었다. 얼마 전에는 폴리에틸렌(PE)을 나노 수준으로 분해하는 데도 성공해 사업화를 추진중이다. 중소기업 하면 떠오르는 게 ‘한 우물 파기’다. 오랜 세월 다져진 연구와 경험으로 자기 분야에서 대기업도 넘보지 못할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는 게 많은 중소기업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변무원(55ㆍ사진) 젠트로 사장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자기만의 기술이란 없습니다. 장인정신으로 한 우물만 파서는 생존하기가 힘들죠. 참신한 아이디어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젠트로는 고추 추출물을 원료로 쓴다. 술에 고추를 썰어넣어 마시면 덜 취하는 것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소주 한병(355ml)에 젠트로 한병(75ml)을 섞어 알코올 도수를 측정한 결과 3시간 만에 20도에서 11도로 줄었다. 양주는 24시간 만에 40도에서 18.5도로 내려갔다. 젠트로F는 고추가 지방을 태우는 효과가 있다는 데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실험결과 체지방을 줄여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됐다. 또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90% 이상이 젠트로F에 대해 구매의사를 밝혔다. 젠트로스키너는 아토피, 무좀 등 피부 관련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목초액이 원료다. 목초액이 뛰어난 효과가 있으면서도 널리 사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냄새. 이 회사는 연구를 통해 냄새를 완전히 제거한 목초액을 개발했고 이를 원료로 화장품을 만들었다. 현재 젠트로와 젠트로F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판 한달여만에 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젠트로스키너는 지난 7일 판매를 시작했다. 갑자기 사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투자 부담은 거의 없다. 원료 개발까지만 담당하고 이후 제품화하는 것은 모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음료수나 화장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너나 할 것 없이 싼 값에 주문을 받아줍니다. 이들을 이용하면 시설투자가 사실상 필요 없습니다” PE는 물 속의 침전물을 빨리 가라앉게 하는 정류벽, 물에 염소를 빨리 섞이게 하는 도류벽 등 기존 정수처리 사업에 필수적인 재료다. 이 재료는 잘게 분해할수록 용도가 무궁무진한데 젠트로는 최근 국내 업체로서는 드물게 이를 나노 수준으로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드레스셔츠의 칼라를 빳빳하게 하는 코팅 재료로 쓸 수 있는 등 활용 분야는 거의 무제한적입니다. 이 역시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만큼 신규 투자는 거의 없습니다” 젠트로는 지난해 매출 328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음료수와 화장품 등 신규 사업을 곁들여 매출 420억원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공장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장은 차릴수록 부담만 커집니다. 신규사업일수록 기존사업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가볍게 시작해야 됩니다” 17년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변사장이 중소기업 CEO들에게 하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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