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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무소의 담
입력2002-06-30 00:00:00
수정
2002.06.30 00:00:00
파고다공원은 노인들이 긴 하루를 보내는 곳이다. 참으로 각양각색의 지난 인생들이 이 곳에서 종착역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모이는 노인들 중 전직 공무원은 단 한 사람도 없다 한다. 참 말인지 지어낸 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전직 공무원이라면 그 자리가 아무리 말단이었을지라도 노후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축재하여 좀 더 편안한 곳에서 노후를 즐기고 있을 것이라는 억측이기 쉽다.
공직생활은 형무소의 담벼락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공직자들의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부패의 덫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밖으로 떨어지면 약간의 부상으로 끝나지만 안으로 떨어지면 죄수가 되어 경력과 명예를 한꺼번에 잃는다. 실제로 형무소 안쪽으로 떨어진 공직자는 부지기수이다.
사람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 사회도 그러하다. 실패의 교훈을 통해 위험을 감지하고 피해 간다. 그러나 부패방지에는 그런 실패로부터의 학습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패척결이 건국이후 최대의 과제가 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역대 정권이 부패방지를 최대 역점사업으로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체감적으로는 점점 더 썩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전에 없던 희한한 수법의 비리가 등장하고도 있다.
부패방지에 관해 학습효과가 미진한 것은 그동안의 사회적 정치적 대응이 부패의 근원적 구조를 짚어내지 못하고 겉치레에 그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썩은 사과를 다 골라내지 못함으로서 부패에 뒤따르는 개인적 위험을 감소시켜 공직자들이 손에 손잡고 형무소의 담벼락 위를 걷게시리 방치했기 때문일 수 있다. 부패의 사회적 국가적 폐해를 말하기 전에 부패에 대한 필벌의 감시가 확립된다면 유혹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인식이 부패방지위원회라는 어쩌면 옥상옥의 기관을 만들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위원회가 생사람 잡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썩는 곳엔 냄새가 난다. 썩지 않게 조치하는 것도 중요하고 썩은 곳을 도려내는 엄정함도 필요하다. 사회적 감시와 공직자 개개인의 경계심이 어우러져야만 부패방지는 그 첫 매듭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정태성(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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