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공간을 넘어 문화시설로….'
최근 국내 쇼핑시설의 화두는 '문화'다. 주요 업체들은 쇼핑을 통한 재미뿐 아니라 갖가지 여가 및 문화시설을 입점시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임으로써 해당 지역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점포의 매출증대와 더불어 지역 거주민들에게 색다른 문화경험을 제공하고 나아가 타 지역과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유통시설은 지역의 '준(準)공공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산의 랜드마크 신세계 센텀시티점=지난해 3월 개점한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은 오픈 1년 만에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0%가 넘는 1,600만명이 찾아 이 기간 5,4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점포로 성장했다. 이는 전국 백화점 점포 중 개점 1년차 대비 최고의 매출기록임과 동시에 전국 10대 백화점 순위 안에 드는 실적이다.
이 같은 센텀시티점의 놀라운 성장에 대해 전우만 센텀시티점장은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예술 등 차별화된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점포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결과"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인 연면적 29만3,906㎡ 규모의 매장을 단순한 쇼핑시설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았다는 것이다.
우선 입점한 시설들의 면면부터 화려하다. 부산지역에 처음 도입된 신세계갤러리와 문화홀 등의 문화예술시설은 센텀시티점만의 강점이다. 전 점장은 "현재까지 100여개의 공연이 열린 문화홀은 매회 공연 때마다 평균 85%의 높은 점유율을 보여 부산지역 대표 공연장으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스파랜드와 아이스링크는 하루 평균 1,000명, 주말에는 2,000여명이 찾는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스파랜드는 서울 등에서 온 단체 원정고객들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큰 성과를 올렸다. 오픈 후 지금까지 매월 10%씩 외국 고객이 증가하고 현재 외국 언론과 주요 해외단체가 센텀시티점을 방문한 횟수는 40여차례에 달할 정도다.
전 점장은 "체류형 쇼핑공간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한 센텀시티점은 주말이면 '도심 속의 리조트'로서 부산지역 유통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센텀시티점이 문을 연 후 이 지역은 인구유입 효과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호재를 맞았다. 부산광역시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부산시 총 세대 수 증가는 0.9%에 그친 반면 센텀시티점이 위치한 해운대구는 1.6%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센텀시티점 반경 2km 내의 우동과 재송동의 경우 전년 대비 4% 수준의 세대 수 증가효과를 누렸다. 그 뿐만 아니라 신규 관광객 창출에도 기여해 센텀시티 지하철역의 하루 평균 승차객 수 신장률은 올 7월 현재 전년 대비 72%로 부산 지하철 90개 역사 중 최고 수준이었다.
여기에 오픈 후 1년 사이 인근 아파트 전세가격이 이전보다 30% 상승하는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해 현재 해운대는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고 있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놀이에서 휴식까지, 롯데 청량리역사점=오는 20일 문을 여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역사점의 핵심 콘셉트는 '휴앤미(休&美)'다. 연면적 17만8,050㎡ 중 총 1만859㎡에 달하는 대규모 공간을 고객의 휴식과 문화를 위한 전용공간으로 꾸민 것.
이동구 청량리역사점장은 "청량리역사점은 다른 롯데백화점 점포와도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조성된다"며 "롯데백화점 전점 중 최대 규모의 보이드(void)는 물론 디지털큐브와 같은 최첨단 디지털 공간도 들어서는 등 롯데가 추구하는 '올데이(all day)' 쇼핑을 구현하는 핵심 점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청량리역사점은 우선 고객의 휴식공간 창출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지하 2층에서 지상 7층까지 총면적 460여㎡에 달하는 층별 에스컬레이터 주변공간을 완전한 휴게공간으로 조성한 것. 이 점장은 "통상 이 공간은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알짜매장으로 약 20개 브랜드가 입점할 만한 규모"라며 "호텔 로비와 같은 고급 인테리어를 적용해 쇼핑에 지친 고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휴게공간은 각 층에 입점한 상품군에 따라 이름과 인테리어가 전부 다르게 조성된다. 영캐주얼 브랜드가 입점한 지하 1층에는 젊은 고객을 위한 인터넷용 컴퓨터를 설치한 '인터넷 카페'가,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지상 4층은 세련미가 강조된 가구가 비치된 '퀸스 라운지'가 되는 식이다. 또 지상 3층에서 8층까지 건물 중앙을 관통하는 보이드가 설치돼 휴게공간까지 자연채광도 가능하다.
녹지공간 조성에도 힘썼다. 9층에 들어서는 5,940㎡ 규모의 옥상공원에는 습지 생태공원과 전망대가 설치돼 인근 지역주민의 자연학습 체험장으로도 이용될 계획이다. 여기에 정문 앞에 설치되는 전면 광장에는 바닥분수와 실개천이, 지상 2ㆍ3ㆍ4ㆍ7층에는 친환경 테라스가든이 들어서 지역주민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과 마트를 연결하는 '샤롯홀'은 첨단기술을 이용해 재미를 극대화한 여가시설로 꾸며진다. 45m 길이의 바닥에는 대형 LED가 설치돼 그 위를 고객이 걸을 때마다 발자국이나 물결이 퍼지는 것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효과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홀 가운데 있는 가로ㆍ세로ㆍ높이 각각 3m 크기의 '디지털큐브'는 앞에 서 있는 고객들의 사진을 찍어 큐브의 4면을 통해 비춰주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맞는 최첨단 재미를 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