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대로 추진될 경우 산업ㆍ금융자본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은 거대 혼합 금융그룹(금융 및 제조업 동시 소유) 출현이 가능해진다. 또 이 과정에서 국내 재벌그룹들의 지배구조 역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산업은행 민영화시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매금융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각종 규제로 ‘확실한 주인’이 없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해외진출ㆍ대형화 등 노하우를 갖춘 제조업 자본이 금융산업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금융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이날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GE식의 혼합 금융그룹을 놓고 적잖은 토론이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GE식 지주회사 모델 추진한다=금융위 업무보고 내용 중 핵심은 은행ㆍ보험 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제조업) 소유를 허용하고 일반 제조업 지주회사에 대해서도 금융업종 소유를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상의 일반 지주회사(제조업), 금융지주회사법의 은행과 비은행(보험ㆍ증권) 지주회사로 나뉜다. 공정거래법은 제조업 지주회사의 금융기관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도 보험ㆍ증권 지주사에 대해 제조업 등 비금융사 소유를 불허하고 있다. 금융위 추진 계획은 이 같은 칸막이를 철폐, 지주회사라면 자유롭게 제조업ㆍ금융기관을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두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 예로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시 현재는 에버랜드ㆍ삼성전자 등 비금융회사 주식을 팔아야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권도 위태롭게 된다. 하지만 바뀐 규정이 적용되면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칸막이 철폐를 통해 금융위가 계획하는 청사진을 무엇일까.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GE식 혼합 금융모델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GE는 제조업이 주력사업이지만 GE캐피탈 등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자본, PEF 통해 은행 소유 가능=금융위는 업무보고에서 금산분리(금융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 청사진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3단계에 걸쳐 추진하고 1ㆍ2단계는 단계적 추진을 원칙으로 하되 연내 동시 추진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법은 산업자본이 PEF에 무한책임사원(GPㆍPEF 운영 책임자)으로 참여하거나 유한책임사원(LPㆍ의결권 없는 재무적 투자자)으로 출자비율이 10%를 초과하면 PEF는 산업자본으로 간주돼 은행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금융위는 우선 연내에 1단계로 금융자본으로 인정되는 산업자본의 출자비율 기준을 15% 이상으로 높여 산업자본이 PEF를 통해 은행을 간접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금융자본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그 뒤를 이어 2단계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현행 4%에서 10%, 15% 등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3단계는 보유 한도를 아예 폐지하고 사후 감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은 “3단계 전환은 감독당국의 건전성 감독 능력이 갖춰진 시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을 소유하지 않고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간접 은행 소유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소매금융 허용 검토=산업은행 민영화 플랜도 제시됐다. 이중 금융위가 새롭게 보고한 것은 산은 민영화 과정에서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다. 우선 금융위는 민영화에 따른 수익성 보전의 일환으로 산업은행에 소매금융을 허용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소매금융을 허용하면 그만큼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업은행 최고경영자(CEO)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영입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인력보다는 세계에서 명망받는 인물을 영입, 매각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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