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금호산업 매입대금 7,228억 완납
박삼구 → 금호기업 → 금호산업 → 아시아나 지배구조 완성
금호타이어 재인수·아시아나항공 수익성 개선 등은 과제로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6년 만에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으며 그룹 재건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내년도 경영방침을 '창업초심(創業初心)'으로 정하고 그룹의 3대 성장축인 항공·타이어·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실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창업 당시의 비장한 각오를 되살려 초심으로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특히 내년은 박 회장의 부친인 고(故) 박인천 창업주가 광복 직후인 지난 1946년 택시 2대로 운수업에 뛰어들어 그룹의 초석을 놓은 지 70주년 되는 해다.
박 회장은 2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금호산업 지분 50%+1주의 매입대금 7,228억원을 완납하고 경영권을 되찾아왔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그룹의 새로운 지주사 역할을 할 금호기업을 설립한 뒤 NH투자증권·CJ 등을 끌어들여 매입대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금호기업→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박 회장은 이날 "그동안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혼신의 노력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회장이 워크아웃에까지 몰린 계열사들을 추슬러가며 6년 만에 그룹을 다시 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그룹 핵심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보유한 채권단은 내년 중 매각공고를 내고 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은 2011년 사재를 쏟아부어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책임경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또다시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주식을 전량 매각해 현재 보유지분이 1주도 남아 있지 않다. 더구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주체는 박 회장 개인으로 한정돼 금호산업 인수 때처럼 별도 기업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오기도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해 글로벌 저유가로 실적개선의 호기를 맞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든데다 원화 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따라 새해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노선을 감축하는 등 고강도 경영정상화 조치에 돌입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에어서울이 내년 상반기 중 본격 영업에 나서면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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