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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전자조합 이사장 「북한방문기」

◎북 “같은 민족끼리 힘합쳐야지…”/방문공장 일감없어 생산라인 대부분 스톱/“한번 해보자” 의욕 대단… 분위기도 우호적국내 중소전자부품업체들의 단체인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사장 김영수)이 국내 중소기업단체로는 처음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구체화시켰다. 전자조합은 지난 94년부터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을 추진, 난관끝에 올 8월17일 북한과 임가공 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은 1차 임가공사업으로 9월22일 인천항을 통해 북한 남포로 임가공 자재를 보내 이달 26일 완성된 인터폰, 단자, 증폭기, 마이크 등을 국내로 들여오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초 업계 대표 7명과 함께 임가공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을 다녀온 김영수 이사장의 북한 투자조사방문기를 단독 소개한다.<편집자 주> 지난 11월1일 광명성경제연합회 북경대표부 단장과 그 일행의 환송을 받으며 고려민항 JS151편에 몸을 싣고 평양으로 출발하였다. 남북 분단 50년 그것도 중소기업으로서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다는 설레는 가슴을 억누르며 많은 외국항공사 스튜디어스와는 좀 색다른 안내양의 안내를 받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자 『여러분, 지금 우리 비행기는 압록강 위를 날고 있습니다.』라는 기내방송이 나왔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일행 모두가 창 밖을 보고 있는데 다시 기내방송에서는『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20분 후 평양공항에 내리겠습니다. 손님 여러분의 몸띠(안전벨트)를 꼭 조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멘트가 흘러나왔다. 오후 3시경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통관시스템이 자동화되지 않고 협소하여 통관에 많은 시간이 걸려 평양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고려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여장을 정리한 후 조사단 일행은 광명성 산하 삼천리총회사 사장 일행이 준비한 회식(동석식사)에 참석하여 짧은 거리 긴 여행의 첫날을 보냈다. 11월2일, 우리 일행은 광명성경제연합회를 방문하였다. 비교적 깨끗한 5층 흰색 벽돌건물로 회의실 등은 잘 정리된 편이었다. 방문한 연합회에서는 앞으로 공장견학을 마친 뒤 임가공 물량을 어떻게 늘리고 부족한 계측설비는 어떻게 보완하고 하는 등의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회의를 끝냈다. 커피를 가지고 오는 여직원의 행동은 한국의 여느 사무실의 여직원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회의 끝 무렵, 삼천리총회사 이돈욱 사장이 북쪽은 3년간의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경제가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를 하며 한 민족으로써의 경협확대를 강조하였다. 11월3일, 우리 일행은 평양시 소재 대동강 공장을 방문하였다. 겉으로 보기엔 한국의 공장과 비슷비슷했고 또한 위치적으로도 평양시에 자리잡고 있고, 앞으로는 대동강이 훤히 내다보여 전망만은 자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우리 일행을 맞이하기 위하여 생산라인 여직원 이외의 모든 직원들이 나름대로 깨끗한 양복을 입고 삼천리총회사 전 직원, 대동강 공장 전 직원들이 정문에서 우리를 맞이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많은 시간 동안에 상당한 인력을 동원하여 청소를 하고 몇 개의 생산라인을 설치한 것 같았다. 본 건물에는 중앙전자의 인터폰, 인터앰의 앰프를 조립하고 있었으며 뒤편 1층 건물에서는 삼화전자의 코일, 극동음향의 마이크를 조립하고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나라 그것도 어쩌면 적진에서 자기네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니 각 사장들의 표정은 약간 상기되고 흥분된 상태였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생산라인도 없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우리 일행의 생각으로는 그들 나름대로 정말 최선의 노력과 정책적 배려를 한 것으로 충분히 이해되는 한 장면이었다. 11월4일, 우리 일행은 향산 지역에 있는 청천강 공장을 방문하러 출발하였다. 평양에서 묘향산까지 약 1백80㎞의 고속도로가 놓여 있는데 준공한 지 1년쯤 되었다고 하며, 청천강 공장은 묘향산에서 약 25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공장 규모는 전체가 약 3만 평 정도로 대규모 공장이었으며 단일 공장에서 전자요소(부품)를 전부 생산하여 최종 제품을 생산해내는 시스템으로 우리 체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장 운영체계였다. 이 공장은 현재 일감 부족으로 극히 일부분만 가동되고 있었으며 이 공장에서는 단자, 저항기, 콘덴서 등을 생산하고 있고 또 생산할 계획이라고 독고 공장장은 전해주었다. 11월7일, 우리 일행은 공장 방문과 묘향산 관광을 끝내고 호텔 회의실에서, 개별업체는 북쪽에서 보유하지 못한 일부 계측기를 보완해주고 2차선적물량은 1차의 2배 정도 늘려주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조합과 삼천리측은 첫째, 전자공업 분야 대북투자는 전자조합으로 창구를 일원화하고 둘째,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자의 현지 방문은 자유롭게 허용하는 문제에 의견 접근을 보았으며 셋째, 향후 대동강 공장은 전자조합·평양협동화단지로 하기로 구두합의를 했다. 또 현재 임가공사업은 빠른 시일 내에 합영·합작으로 변경 추진토록 합의를 보고 대체적인 회의를 마쳤다. 공식회의 이외 여담으로 평양 단고기(개고기), 옥류관 냉면, 묘향산 칠색송어, 쏘가리회 등의 음식은 북측에서 자랑하는 것으로 우리 일행에게 특별히 제공되었다. 전반적인 사업분위기는 상당히 우호적이었으며, 부족한 물자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해볼려는 의욕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향후 상당히 발전될 것으로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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