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사업시행자를 찾지 못해 표류하던 경제자유구역 내 14개 지구들이 해제되거나 축소된다. 전체 경제자유구역의 20%가 넘는 규모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막대한 외국인 투자금을 끌어들여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결국 주민들의 재산권만 침해하는 문제를 초래하게 됐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천과 부산 진해의 경제자유구역 중 일부, 경북 구미 디지털산업지구, 황해의 송악·인주지구 등 총 14개 지구의 전체 또는 일부를 5일부터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는 총 92.53㎢로 우리나라 전체 경제자유구역(428.37㎢)의 21.6%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인천으로 총 면적이 169.6㎢에서 132.91㎢로 36.69㎢나 줄어든다. 다음으로 부산 진해가 52.9㎢로 29.38㎢ 감소하며 광양만권이 5.88㎢ 줄어든 77.7㎢가 된다.
지난 2003년 정부는 외국인투자가를 끌어들여 지역발전을 촉진한다는 목표로 인천, 광양만권, 부산 진해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선정했다. 또 2008년에는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을, 2013년에는 동해안권, 충북 등을 추가해 총 8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며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건축물 신축 등에 제약만 심해졌다며 반발이 거셌다. 결국 2011년 8월5일, 3년 이내에 마땅한 사업시행자를 찾지 못하는 지구는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한다는 내용으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됐다. 이번에 전체 면적의 21.6%가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남은 경제자유구역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돼 개발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지구 해제로 그동안 제한됐던 지역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 수년간 외국인 투자도 끌어들이지 못하고 주민들의 재산권만 제약했다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제자유구역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신청하면 산업부가 경제성을 판단해 결정했다. 일례로 정부는 2008년 황해의 송악·인주지구를 각각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6년째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주민과 투자자를 찾기까지 좀 더 기다려보자는 주민이 찬반으로 갈려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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