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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전 없는 대권후보
입력2002-07-18 00:00:00
수정
2002.07.18 00:00:00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까지 끌어올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얼마 전 여자친구 엘리자베스와 함께 우리 곁을 떠났다. 누구나 만나면 헤어진다. 좋은 감정으로 떠난 사람은 다시 만날 때 기쁨을 준다. 푸른 잔디 위에서 대작을 연출한 그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네덜란드로 떠났다.
우리 국민들은 그를 흔쾌히 보내주었다. 이제 히딩크는 떠났지만 그의 리더십과 전술ㆍ전략, 온 몸을 뒤흔들어 팔을 올리는 특유의 제스처는 우리 땅에 숨쉬고있다. 아직도 여전히 각 분야에서 히딩크식 리더십이 각광을 받고있다.
그는 실력위주로 선수를 뽑아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면서 ▦창의적인 축구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팀 워크 플레이 ▦국제수준에 적합한 축구기법을 구사, 4강 신화를 창출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도력을 포스트 월드컵 핵심과제로 설정해 각 분야에 적용하고있다.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도 정권획득 수단의 하나로 히딩크 리더십을 통한 득표작전 방안을 모색하고있다.
히딩크는 한국축구 선수들의 여건을 감안, 무쇠 같은 기초 체력 향상에 주력했으며 패스와 센터링, 슈팅 등 기본기술 연마에 역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훈련 중에는 아주 엄격한 지도자였지만 경기장 밖에선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냈다고 전해진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구성원으로부터 존경 받고있는 지도자가 드물다. 무엇보다 조직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인사가 적은 편이다.
눈 앞 이익을 목표로 목숨을 걸고 뛰는 사람들은 많지만 '업 그레이드 코리아'를 위해 밑거름을 자처하는 명사가 귀하다.
당리당략에 집착한 정치인은 흔하지만 국가발전 청사진을 바탕으로 국가이익 추구에 앞장서는 정치지도자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한 히딩크와 같은 지도자 등장을 갈망하고있다.
물론 그의 지도력이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며 지나친 카리스마 등 약점도 적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4강 신화를 연출했기 때문에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영웅이면서도 "그저 평범한 축구 감독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는 겸손한 마음을 바탕으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의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특히 대권주자는 우리나라가 나아갈 좌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내년부터 한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지않을까. 예컨대 세계 10위 수준에 머물고있는 한국경제를 재임기간에 경제 8강으로 올려놓겠다.
정보기술(IT)강국과 물류기반 여건을 바탕으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발전시키겠다. 아울러 1인 당 국민소득을 2만 달러로 끌어올리겠다.
대통령 자신이나 자녀가 비리에 연루될 경우 본인은 곧바로 대통령직을 떠나고 자녀를 영구 추방토록 하겠다는 등 국민을 감동시킬 구체적인 실천공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비롯, 민주당 노무현 후보, 무소속 정몽준 의원, 이한동 전 총리 등 대통령 지망자 그 누구도 국가비전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다.
이회창 후보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부인 듯 하며 노 후보는 세대교체와 학력ㆍ지역파괴 등을 주장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국가 최고경영자로서 불안한 느낌을 준다.
정 의원과 이 전 총리의 경우 통치권자로서 이미지는 거의 백지상태가 아닐까. 정치권 인사들은 입만 열면 국가 경쟁력 강화와 민생안정을 내우면서도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쟁을 일삼아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있다.
대권 주자들은 이제라도 기본에 충실했던 히딩크 지도력을 거울삼아 국가발전 청사진을 제시한 뒤 실천방안을 모색할 때다.
황인선<정치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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