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운 효성 사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 76년 효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줄 곧 ‘효성맨’으로 살아왔다. 한때는 섬유 수출의 귀재라는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그는 섬유산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지점장과 호주 시드니 지점장 등을 지냈다. 이를 통해 국제 섬유업계 동향을 익혔고 효성물산 기획실과 시장개척실, 사업개발실 등을 거치며 업무경험을 쌓아왔다. 효성물산이 자금난에 허덕일 때인 지난 98년에는 남들이 기피하는 재무담당 임원을 자청해 발이 닳도록 은행을 들락거린 끝에 금융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도 담당했다. 험로를 마다하지 않은 그의 궤적은 지난 2001년 전략본부장을 맡아 구조조정 등 그룹 현안을 총괄하면서 빛을 발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효성이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기반다지기 작업을 착실히 진행시킨 것.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 2002년에는 전무에서 사장으로 2단계 승진하면서 신설 보직인 ‘최고운영책임자(COOㆍChief Operating Officer)’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상운 사장은 현재 ㈜효성을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ㆍ중전기 등 기존 핵심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가 그리고 있는 글로벌 효성은 중국, 미주, 유럽 등 세계 각지에 탄탄한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것. 중국 칭다오(靑島)의 스틸코드(타이어 코드의 일종) 공장, 주해(珠海)의 스판덱스 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높여가고 있으며, 지난해는 남통우방변압기 회사와 독일 아그파 포토사 자산,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공장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최근엔 동국무역의 중국 스판덱스 공장 도 인수해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존 주력사업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이상운 사장은 타이어코드 등 핵심사업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인 유럽과 최대 성장 시장 중 하나인 남미 등에 거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대륙별 현지 생산과 공급이 가능한 ‘진정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주변에선 그를 ‘소신있는 CEO’라고 칭한다. 일 처리에 빈틈이 없고 추진력이 강해 일단 일을 추진하면 목표 달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주도 면밀하게 밀고 나가는 CEO형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항상 아침 7시반 이전에 출근했던 사실은 사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패션감각도 뛰어나 섬유를 모태로 성장한 효성그룹에서도 베스트 드레서로 통한다. 이상운 사장은 새해의 경영전략을 ‘고진감래(苦盡甘來)’로 요약한다. 그 동안 중국과 미주지역의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중전기기의 공장 건설과 M&A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사업과 연계된 글로벌 생산기지의 경영성과가 그룹의 성장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는 또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 발굴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효성기술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가 유망한 사업분야의 인수합병(M&A)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상운 사장의 2007년 행보에 재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 CEO 메시지
"고객 욕구 품질로 충족시켜라" "조직원들이 해야 할 일은 고객의 요구로부터 찾아야 하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충족시켜야 한다." 이상운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객중심 경영'과 '품질 경영'을 역설한다. 이 사장의 고객과 품질에 대한 소신은 확고하다. 품질우위를 바탕으로 한 고객중심 경영을 핵심가치로 삼아야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또 "한 차원 높은 고객의 니즈를 창출해 고객에게 가치를 더함으로써 높은 가격을 받아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객의 니즈가 무엇이고 시장환경은 어떻게 변하는지, 경쟁회사의 기술과 품질, 그리고 코스트는 어떤지 등에 대해 세밀하게 알아내고 개선방안을 찾아내는 일이 모든 임직원의 업무습관으로 확고하게 뿌리 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시장의 추세를 따라가는 데 급급해 하지 말고, 고객의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시각으로 시장과 제품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늘 강조한다. 글로벌 시장과 전세계 고객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반으로 품질향상을 통한 차별화 제품의 확대와 고수익 판매망의 구축 등을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끊임없이 높여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생산과 유통ㆍ판매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상대적 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품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는 확신에 기인한 것이다. 이상운 사장은 직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때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고가 아니면 팔 수도 없고 팔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일하는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라고 주문한다. 그는 특히 품질과 고객을 비유해 풍수지탄의 사자성어를 곧잘 인용한다. 고객은 품질이 좋아질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이 사장이 이 처럼 품질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지난 76년 효성물산에 입사한 뒤 화섬분야의 영업과 기획ㆍ자금 업무 등을 두루 거쳤기에 어느 누구보다 '품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 하나를 팔게 되면 회사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결국 최종목표는 남이 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해 고객들이 효성 프리미엄을 인정해 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CEO가 권하는 한권의 책 '깨진 유리창 법칙'
"작은 문제부터 집중해야 성공" 얇게 금이 간 거울이나 자동차 유리를 흠이 작다고 그냥 넘어가거나 테이프로 붙이고 다니면 어느날 유리전체가 쫙 갈라지는 걸 보게 됩니다. 연애할 때도 별문제 아니라고 덮어둔 것이 결국 헤어짐의 원인이 되고, 무심코 놔둔 작은 실밥 하나가 '흐트러진 사람'으로 보이게 해 중요한 계약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즈니스와 우리 사회 속에서 너무나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하나의 경영이론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은 바로 이 같은 현상을 기업 경영과 조직관리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지난 94년 뉴욕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는 맨해튼을 '가족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하철 낙서와 무임승차ㆍ성매매 등 경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반대론자들은 줄리아니가 강력범죄는 방치하고 경범죄나 잡고 있다고 비웃었지만 시장은 사소한 범죄를 막는 것이 곧 어떤 범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빨간 불일 때 길을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강도도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고 합니다. 경범죄 단속의 성과는 엄청났습니다. 뉴욕시의 범죄율은 37% 감소했고 살인사건은 50%가 줄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경영 전략이나 비전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것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조직원들에게 '작고 사소한 문제'부터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올해에도 유용한 가르침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