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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기대가 실적 우려 눌러… 현대차 '부르릉'

내년부터 중간배당 검토 방침에 5.8% 올라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 미칠듯


'배당확대 기대감이 실적 우려감을 잠재웠다.'

현대차(005380)가 올 3·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놨지만 내년부터 중간 배당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차는 매년 주당 연말 배당금액을 늘려왔지만 중간 배당은 아직까지 실시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시가총액 2위인 현대차가 중간 배당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5.88%(9,500원) 오른 17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6거래일 만에 17만원 선에 복귀했다. 이날 현대차는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환율하락과 파업 여파로 1조6,487억원에 그쳤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반등했다. 현대차의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나 하락한 수치로 약 4년 만에 최저치다.

현대차 주가가 오른 것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배당을 과거 수준보다 더욱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정부의 시책에도 호응하고 친화적인 주주정책을 하기 위해 배당을 큰 폭으로 확대하겠다"면서 "내년부터 중간 배당을 하는 것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지난 9월 한전 부지 낙찰 이후 등을 돌린 해외 투자자의 불만과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주주 반발을 의식해 배당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친화적인 주주청책' '큰 폭의 배당 확대', '중간 배당 검토' 등과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써가며 배당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산업팀장은 "이날 부진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가 반등한 것은 배당과 관련한 언급이 결정적이었다"면서 "한전 부지 인수와 실적 부진 등 투자자가 볼 땐 안 좋은 뉴스만 계속 나오다가 배당 확대라는 긍정적인 소식을 접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현대차는 연말 배당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보통주 기준으로 2008년 주당 850원의 연말 배당을 실시했고 2009년 1,150원, 2010년 1,500원, 2011년 1,750원, 2012년 1,900원, 2013년 1,950원 등 해마다 배당금액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시가배당률로 환산하면 사실상 변동이 거의 없었다. 우선주의 경우에는 오히려 배당률이 2.8%에서 1.6%까지 떨어졌다.



이런 면에서 현대차가 배당을 늘리고 그동안 실시하지 않았던 중간 배당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 팀장은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올해 보통주 기준 연말 배당금액을 2,000원 안팎으로 전망했는데 회사에서 직접 주주친화 정책을 펴가며 중간 배당까지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면서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했던 주가도 이번 일을 계기로 꿈틀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배당 확대 소식이 전해지자 기관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기관은 한전 부지 낙찰이 결정된 지난달 18일 이후 전날까지 현대차 주식 3,896억원어치 내다팔았지만 이날은 277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4,138억원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날도 238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방향성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현 수준보다 배당금액이 늘어날 것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한전 부지 이슈로 얼어붙은 외국인의 투자 심리도 차츰 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총 2위인 현대차가 사실상 정부 배당확대 정책에 호응하기로 하면서 다른 대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악재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놨겠지만 산업계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현대차의 위상을 고려하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는 올 3·4분기에 매출 21조2,804억원, 영업이익 1조6,48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3·4분기보다 2.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3·4분기(2조101억원)보다 18.0% 감소했다. 올해 3·4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2010년 4·4분기(1조2,370억) 이후 15개 분기 만에 최저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3·4분기 말 원화강세의 영향으로 달러로 쌓아둔 판매보증충당금이 급증하면서 판매관리비가 늘어나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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