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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비준 지연… 국산품 칠레서 밀려난다] 알짜 중남미 수출시장 마저 잃을판
입력2003-07-22 00:00:00
수정
2003.07.22 00:00:00
권구찬 기자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를 발판으로 중남미시장을 공략하려던 수출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FTA발효가 지연되는 사이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은 거미줄처럼 얽힌 중남미지역의 FTA를 이용해 우회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반면 6%의 관세부담을 안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판매부진과 현지 딜러(판매상)이탈 등으로 칠레는 물론 남미시장에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남미 수출액은 지난해 88억달러(5%)로 아직까지 미미한 편. 그러나 갈수록 수출이 늘고 있고 무엇보다 연간 무역수지의 50%인 51억달러를 거둬들이는 알짜시장이다. 선진국은 중남미 시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쌍무적인 FTA체결 외에도 지역경제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표를 의식한 정치권 때문에 FTA조차 뒷전에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속타는 수출업계=수출기업의 피해는 예상외로 심각하다. 국내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FTA비준이 지연되는 사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ㆍ브라질 등 현지 생산을 통한 우회수출이 크게 늘리고 있는 점.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는 FTA가 체결되면 일본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가 예상됐으나 1,500cc급 소형승용차 판매가 부진하면서 5위까지 밀렸다. 멕시코와 브라질에는 GM을 비롯한 자동차 빅3는 물론 닛산ㆍ혼다ㆍBMW등 웬만한 자동차메이커는 모두 현지 공장을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김준일 칠레팀장은 “수입관세를 부담하고 있는 현지 대리점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자 세부담 만큼 수출가격을 내려줄 것으로 요청하는 등 동요하고 있다”며 “상반기까지 FTA가 체결될 것으로 보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수출가격을 계속 낮춰졌으나 더 이상의 여력이 없다”며 난감해 했다.
전자제품은 기대되던 특수가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컬러TV는 멕시코에 1위 자리를 일찌감치 내줬고 올해 FTA를 발효시킨 브라질과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3%포인트에서 올해 12%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칠레 지점을 법인으로 격상시켜 특수잡기에 나섰으나 판매 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냉장고와 세탁기는 쌀ㆍ배ㆍ사과와 함께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돼 앞으로 수출전망은 더 어둡다. 반면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 EU(유럽연합)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FTA를 각각 발효시켜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 KOTRA 해외조사실 차종대 차장은 “브라질 수도 상파울로 인근 마나우스자유무역지대에 무려 400여개의 전자회사가 몰려 있다”며 “브라질은 자유무역지대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FTA를 잇따라 체결한 덕분에 수출증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일본이 멕시코와 FTA를 체결할 예정이어서 칠레에 거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중남미 수출시장 전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왜 비준 늦어지나=두말할 것도 없이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FTA를 체결하면서 올 상반기중 발효를 기대했다. 그러나 8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에 경제5단체는 물론 대통령까지 조속한 국회비준을 요청했지만 농어민보상대책인 `FTA이행특별법`조차 정치권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적한 정치현안을 비춰볼 때 국회비준이 내년 총선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 때문에 경제가 또 한 번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이다.
◇칠레는 신속절차발동=한국과 달리 상ㆍ하 양원제인 칠레는 국회 비준절차가 복잡한 것을 감안해 신속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칠레는 지난 2일 의회에 비준을 요청했으며 의회 통과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칠레는 국회비준절차가 우리보다 복잡하지만 경제상황을 감안해 재무위를 생략하고 외교위를 거쳐 본회에 바로 상정할 움직임이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측의 국회 비준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지난 6월 체결한 미국과의 FTA 발효를 서두르기 위한 것으로 외교부는 해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 무역투자정책실장은 “국회 비준이 지연될수록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은 위축되고 대외신뢰도도 곤두박질하게 된다”며 “만약 비준이 무산되면 어떤 나라도 한국과 FTA를 체결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권구찬기자,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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