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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쇼크] 1. 세계에서 가장빨리 늙어가는 한국

2050년 지구촌 '인구 대역전' 시대'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UN)사무총장이 지난 4월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제2차 세계 노령화 회의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노령인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간의 존재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바꿔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고령화의 충격 앞에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선진국 사회보장제도도 위태롭게 됐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코피 아난 총장의 지적처럼 인구는 적어지고 수명은 날로 길어져 늙은 사회로 변해가는 고령화, 그에 따른 충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조용한 혁명으로 다가오는 고령화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령화를 '조용하게,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지만 점차 속도가 붙어 앞으로 25년이 지나면 그 윤곽이 분명해질 사회혁명'으로 정의했다. 고령화가 '혁명'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WHO는 고령화파동이 가족, 일상생활, 고용정책, 의료보험, 연금제도, 재정, 산업 등 경제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UN은 최근 펴낸 세계인구고령화 1950-2050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이 되면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14세 이하의 아동인구를 추월하는 '인구의 대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2020년 우리가 맨 먼저 당한다 인구 고령화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광범위하고도 파괴적이다. 인디펜던트지 경제부장을 지냈던 폴 월리스(Paul Wallice)는 그의 저서 '증가하는 고령인구, 다시 그리는 경제지도(원제 Agequake)'에서 '베이비 붐세대가 퇴직하는 오는 2020년께 서방경제가 고령화 충격으로 근본부터 흔들릴 것'이며 '그 강도는 리히터 지진계로 9도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각국의 재정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세계경기가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때쯤이면 고령화파동의 충격파가 주요 신흥 경제국가들을 강타하기 시작할 것이며, 한국이나 칠레처럼 경제적으로 성공한 몇몇 국가들이 먼저 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이 같은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박상철 국제노인학회장(서울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고령화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가족적 대책은 말 뿐이지 사실상 유명무실한 형편"이라고 한마디로 단정했다. ▶ 광속(光速)으로 진행되는 고령화 국제기구들과 해외 전문가들의 이런 전망은 단지 겁을 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UN이 정한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해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현재 65세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7.9%인 377만명. 오는 2019년에는 노인인구비율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 19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이다. 최소한 반세기 이상에 걸쳐 고령화 진행된 선진국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오는 2030년께는 노인인구만 1,0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 수명은 길어지는데, 퇴출은 더 빨라지고 고령화 문제의 뿌리는 노인을 부양해야 할 젊은이의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데 있다. 노인인구(65세이상)를 생산연령인구(15~64세)로 나눈 노인 부양비는 2002년현재 11.1%로 약 9명이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19년이 되면 19.8%로 늘어나 5명이 1명을 책임져야 한다. 과중해지는 노인부양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하는 노인들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개인들 입장에서도 20년쯤 후 바닥을 드러낼 국민연금만 믿고 살 수는 없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조기퇴직바람으로 갈수록 퇴직연령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나이많은 노동자들은 퇴직으로의 멀고도 험한 길 앞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불행하게도 짧으면 15년, 길어야 25년 후에는 퇴물 취급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장지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눈앞의 어려움을 줄이자고 조기퇴직을 강요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고령화문제를 풀어야 할 정부나 개인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가공할 만한 고령화 쇼크와 매서운 조기 퇴직바람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공동기획:서울경제신문ㆍ한국개발연구원(KDI) 후원:재정경제부ㆍ보건복지부ㆍ노동부ㆍ여성부ㆍ금융감독위원회 특별취재팀=권홍우차장(팀장) 박연우차장ㆍ박동석ㆍ최석영ㆍ송영규ㆍ장선화ㆍ신경립ㆍ이철균ㆍ이상훈ㆍ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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