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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의 단신 스프린터 베로니카 캠벨(자메이카)이 실의에 빠졌던 자메이카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26일 새벽 열린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 경기 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우승후보는 미국이 자랑하는 샛별 앨리슨 펠릭스(19)였지만 결승점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우승 세리머니를 한 것은 캠벨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날 쾌거로 캠벨은 이번대회 자메이카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고 올림픽 7차례 도전을 쓸쓸히 마감한 '비운의 흑 진주' 멀린 오티(44ㆍ슬로베니아)도 못 이룬 자메이카 여자 육상의 올림픽 금메달 한을 말끔하게 풀었다. 캠벨은 "커브 공략이 성공적이었다. 150m 지점을 지나면 앨리슨이 지칠 것으로 예상했고 이후에는 나를 따라잡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며 "오랜 염원인 금메달을 따내 기쁘다"고 평범한 소감을 밝혔다. 캠벨의 우승 소식이 전해진 자메이카 전역은 축제 분위기. 더욱이 남자 100m 우승후보로 꼽혔던 아사파 포웰의 부진으로 기대를 접었던 자메이카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아예 일손을 놓아버린 킹스턴 주민들은 시내 술집과 음식점 등에 모여 텔레비전화면과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캠벨의 금메달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킹스턴의 한 호텔에서는 캠벨의 우승을 축하하는 행사가 급조됐고 이 자리에 참석한 자메이카 슈퍼모델 등은 "캠벨이 드디어 해냈다"며 그를 오티에 버금가는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한편 자메이카의 소도시 트렐러니에서 고교 육상스타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고 태어난 캠벨은 미국 아칸소대학에서 마케팅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400m 계주와 2002년에는 커먼웰스게임 여자 200m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지난해는 무릎을 다쳐 단 한번도 실외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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