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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국가신용등급 전망 전격 하향
입력2003-02-11 00:00:00
수정
2003.02.11 00:00:00
조영훈 기자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북핵 문제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나 낮추면서 기술적 반등 조짐을 보였던 증시가 또 다시 충격을 받아 약세를 이어갔다.
종합주가지수는 11일 이라크정세가 일부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장중 전격 발표된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소식으로 인해 1.27포인트(0.22%) 떨어진 575.98포인트를 기록, 닷새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특히 오전장에서 8포인트 넘게 오르다가 오후 들어 15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변동폭이 컸다.
이번 조치에 따른 증시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북핵 문제는 이미 시장에 알려진 변수인데다 충분히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피치와 S&P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키로 해 증시 충격은 일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이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오히려 매도규모를 줄인 점도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 영향이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증시가 아직까지 바닥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컨트리 리스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증시에는 계속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치에 따른 증시 충격이 일시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하루 종일 `널뛰기` 후 약보합권 마감=이날 증시는 개장 초부터 급등락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널뛰기 장세`를 나타냈다. 이라크가 UN사찰단의 U2기 정찰비행을 허용하면서 이라크전쟁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지수는 전일보다 5.22포인트 상승한 582.47포인트로 출발, 한때 8.46포인트가 올라 585.71포인트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들어 상황이 돌변했다.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두 단계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5.56포인트 하락한 561.69포인트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루 변동폭이 24.02포인트에 달했다.
◇외국인은 저가 매수, 기관은 막판 매수=외국인들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도 불구하고 매매패턴에서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은 개장초 2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였지만 지수 낙폭이 커지자 오히려 순매수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은 모두 60여억원을 순매도하는데 그쳤다. 선물시장에서는 그동안의 매도기조에서 벗어나 5,000여계약을 순매수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오전에 매도세를 보이다가 지수가 급락하자 현ㆍ선물시장에서 동시에 매수에 나선 점을 들어 신용등급 조정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주가하락을 부추겼던 주범은 프로그램 매물이었다. 개장초 외국인이 현ㆍ선물에서 동시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가 급락하자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프로그램 매도는 1,864억원에 달했으나 매수는 922억원에 그쳐 모두 942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특기할 점은 이 같은 프로그램 매도의 상당부분을 증권사 상품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날 현물매매가 극히 적은 증권사 상품은 모두 64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장막판 기관들의 주가 받치기성 매매도 나타났다. 이날 증권사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은 모두 순매수했고 특히 투신권과 연기금은 각각 168억원과 55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북핵변수는 이미 노출된 재료=일단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신용등급 문제는 경제구조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외부악재에 관한 것이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바닥권을 새로 설정해야 할 정도로 큰 악재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특히 신용등급 평가는 사후적인 성격이 강해 북핵 리스크가 올 때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우려했던 외국인의 대량매도가 없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북한 핵문제를 우려한 외국인은 이미 상당 부분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이날 신용등급 문제에 대해서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과거 사례로 보면 하향 충격 일시적=특히 과거의 사례를 통해 보더라도 신용등급 조정은 후행적인 성격이 강해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7년 11월과 12월 세 번에 걸친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주가가 하루이틀 흔들리기는 했지만 1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가격을 회복했다. 실제로 97년 11월28일 조정에서는 당일 411포인트였던 지수가 12월2일 376포인트까지 떨어졌지만 5일에는 434포인트를 회복했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야기시킬 수 있는 주요 변수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핵위기 심화되면 후폭풍 우려=하지만 북핵 위기가 아직까지는 수습국면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갑작스런 조정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변수로써 이라크문제보다는 북핵문제가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용등급 전망 조정으로 인해 종합주가지수가 기존 550선에서 한발 후퇴한 520선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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