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시칠리아’하면 태양과 지중해가 맞닿아 있는 땅, 그리스 문명의 보물을 간직하였던 섬이다. 그러나 현대미술사조에서 이탈리아 미래주의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소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래주의 회화는 1920년대 시칠리아를 관통했다. 1915년경부터 전국적으로 불기 시작한 미래주의 운동이 남부지역에서는 지중해적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밝고 환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유럽적인 분위기 역시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른 작품들을 명백하게 혹은 희미하게 인용하기도 하고 상징들을 전통과 현대의 변증법적으로 풀어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오늘날에도 새로운 문화와 예술작품들을 배출하고 있는 시칠리아 그림이 국내서는 드물게 보여지는 전시가 열린다. 대림미술관과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이 공동 주관하는 ‘시칠리아의 회화전-미래주의 회화와 오늘’이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오는 2006년 1월22일까지 열린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시구성은 미래주의를 대표하는 4명의 작가들 작품들과 요즘의 시칠리아 예술을 리드해가는 현대작가 4명의 작품들 43여점을 만날 수 있다. 20년대에서 60년대까지 활동한 미래주의 작가는 빗토리오 코로나(1901~1966), 줄리오 단나(1908~1978), 조반이 바르바로(1888~1973), 핍포 릿초(1897~1964)등이다. 시칠리아에서의 미래주의는 섬이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교량적 조건과 밝고 환한 지중해적 감수성으로 독창적으로 발전하였다. 코로나는 자동차 등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계 뿐 아니라 달리는 사람 등을 면 분할의 기하학적 수단으로 그만의 감수성으로 표현해냈다. 현대회화로는 중견작가들로 귀도 바랄리, 카를라 호랏, 안나 켄넬, 크로체 타라벨라등이다. 스타일, 소재, 테크닉, 영감이 각각 다르지만 그들의 작품은 모두 예술애호가들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이들까지도 만족시키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이 지배권을 차지한 가운데 회화는 죽었다는 비판적 시각속에서도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