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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왜?/손동영 정경부 기자(기자의 눈)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한국은행의 반발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한은은 「중앙은행 독립성 확보를 위한 성전」이라고 한다. 반면 금융개혁안을 밀어붙이는 청와대나 재정경제원은 한은의 반발을 「제몫챙기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금융권은 정부와 한은을 싸잡아 「밥그릇싸움」이라고 비난한다. 여기에 감사원 감사와 공권력투입이란 으름장까지 곁들여져 금융개혁은 이제 경제문제에서 사회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이쯤에서 「금융개혁은 왜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융개혁은 잘 알려진대로 규제와 보호로 점철된 관치금융의 폐해, 금융부문의 저효율성과 낙후성,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 등 한국금융이 처한 위기를 탈출하자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보면 금융개혁의 성패를 평가하는 주체는 결국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금융기관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들은 현재 상황에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은이 정부의 금융개혁안에 반대하며 내건 명분은 「관치금융 반대」. 한은 노조는 직원들의 반발을 「국민경제를 수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미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금융기관들은 한은의 이처럼 투철한 소명의식(?)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감독을 받아야할 처지인 금융기관들은 정부안대로 감독체계가 단일화된다면 『차라리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금융기관들이 보기엔 한은도 관치금융의 장본인일 뿐이다. 그동안의 경험때문인지 『재경원이나 금융감독원이 나서면 관치금융이고 한은이 나서면 민치금융이냐』는 비아냥이 들린다. 왜 이런 얘기를 듣게됐는지 반성부터 하라는게 한은에 대한 은행권의 주문이다.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없다』며 힘을 과시하는 정부와 「중앙은행독립」이란 명분만 앞세워 파업까지 거론하는 한은. 그 틈바구니에서 금융권은 불안해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금융개혁인지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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