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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통화위기 파장/김도경 LG경제연 연구위원(긴급진단)
입력1997-10-25 00:00:00
수정
1997.10.25 00:00:00
김도경 기자
지난 7월초부터 시작된 동남아 통화위기가 근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통화는 미달러화에 대해 이미 35% 이상이나 평가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약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주변국들의 통화와 주식시장도 덩달아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눈여겨 봐야 할 사항은 과거 94년말 멕시코 페소화위기 발생시에는 약 3개월 정도 경과한 후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동남아에서는 아직도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동남아 통화위기의 출발은 분명히 금융부실화, 버블 붕괴, 경상수지적자 누적, 실질실효환율 고평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10월 이후의 상황은 해석을 달리한다. 동남아경제의 불안은 홍콩과 일본 그리고 뉴욕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는 다시 동남아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자본시장의 개방으로 각 금융시장간의 상호연관성이 심화, 한 지역의 불안정성이 쉽게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따라서 최근의 동남아 금융시장 불안은 홍콩 금융시장의 불안과 무관하지 않다. 홍콩경제는 동남아에 대한 부실채권이 심화돼 있는 상태에서 홍콩달러화의 미달러화에 대한 직접적인 연동이 계속됨으로써 통화의 강세를 초래,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에 있다. 게다가 중국으로의 반환을 전후하여 유입된 투기적인 단기자금이 아시아권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면서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이는 세계금융시장과 동남아 경제를 또다시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동남아의 통화위기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사실 동남아의 통화가치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볼 때 오히려 지나치게 절하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부실화, 일관성없는 정부의 대응, 추가적인 환율인상 기대심리 그리고 정정불안 등을 참작해 볼 때 연말까지는 오버슈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의 통화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간과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우선 원화의 상대적인 가치상승으로 우리의 대동남아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도 동남아와 경쟁하고 있는 한국상품들이 가격경쟁력 면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전기·전자, 기계류, 화학제품, 철강 등의 수출증가율은 동남아 뿐만 아니라 다른지역에서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경제는 지금 투자 위축,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정부의 재정긴축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정부의 공공투자 발주가 급격히 감소해 대형 건설공사 프로젝트의 연기 및 중단이 뒤따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공사대금 지불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현지에 투자한 현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이자지급 중단이나 채무불이행 등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의 통화위기는 우리의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여신은 30% 이상이 동남아에 편중, 자산구조가 악화돼 있으며 해외신용도 추락에 따라 외화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대기업 연쇄도산에 따른 파급효과와 맞물려 일부 금융기관의 도산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 연쇄부도로 흔들리고 있는 한국경제의 통화위기 가능성을 들먹이게 하고 있다. 물론 한국경제는 기본이 비교적 튼튼하고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낮아 아직 통화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동남아 통화위기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금융시장에 기투자했던 단기자본을 회수하고 있으며 해외금융기관들이 한국기업에 대한 자금대출에 보다 신중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통화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묘책은 없다. 실물부문에서는 고비용·저효율구조의 개선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상수지를 흑자로 전환시켜야 하며, 금융부문에서는 금융시장의 자율화와 적절한 건전성 규제의 결합으로 추가적인 금융부실화를 막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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