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안드레아 칼프라는 한 독일 여성이 한국 땅을 밟았다.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무형문화재인 김금화 만신(여자무당)에게 내림굿을 받기 위해서다. 20년 전 오빠의 자살을 예견했고 최근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는 칼프씨. 이른바 무속인들 사이에서 ‘무병(巫病)’이라고 부르는 증상이었다. ‘SBS 스페셜’은 13일 오후 11시 5분 칼프씨의 모습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진실된 믿음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푸른 눈에 내린 신령’편을 방송한다.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예지력을 보인 칼프씨. 그는 기독교 전통이 뿌리 깊은 독일에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늘 믿음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던 그는 인생의 반전을 맞이한다. 지난해 6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계 샤먼대회에서 김금화 만신을 만난 것. 김 씨의 살아온 얘기를 들으면서 칼프씨는 내림굿을 받기로 했다. 운명적으로 신의 부름 앞에 서기로 한 것.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낯선 땅의 서양인이 신내림을 받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놀랍게도 그는 내림굿이 진행되는 동안 알지도 못하는 한국말을 내뱉고 사람들의 점괘를 봐주기도 했다. 샤머니즘 전통이 전혀 없는 서유럽에서 자란 그에게 이런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로 다가온다. 프로그램은 칼프씨가 내림굿을 받기까지의 모습과 그 이후의 달라진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의 가족들이 이 믿기지 않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도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칼프씨와 함께 김금화 만신의 신아들 김흥룡씨도 만난다. 독실한 가톨릭 신다로 부모에게 전도하고 그 자신은 신부가 되려 신학교까지 다녔지만 결국 그 길을 포기하고 무속인이 된 흥룡씨. 그를 무속의 길로 이끈 힘은 과연 무엇인지,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믿느냐고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가 생각하는 참된 종교와 믿음은 과연 무엇인지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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