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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대책] 외국사례 ① 일본
입력2005-08-31 10:55:27
수정
2005.08.31 10:55:27
일본의 지독했던 부동산 거품은 이른바 '버블경제'의 원인이자 산물이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가 본격화하자 일본 당국은 저금리로 줄곧 대처했다. 이 조치로 시중에는 엄청난 돈이 풀렸으며 지독한 부동산투기를 유발했다. 고삐 풀린 투기수요는 거꾸로 일본의 경제버블을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부풀리다 임계점에서 폭발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의 금리는 1986년 1월 연 5%에서 1989년초 연 2.5%로 떨어지는 초저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이 조치는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은행에서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1983년 도쿄 도심에서 일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1986년 도쿄 전체로 확산, 1987년 한해 지가상승률은 무려 68.8%에 달했다.
1980년대말 도쿄의 번화가 긴자(銀座) 기린맥주 총판장인 메이지야(明治屋) 빌딩이 평당 1억560만엔, 부심 신주쿠 도쿄빌딩이 평당 1억230만엔을 호가했다. 도쿄의 70㎡ 콘도 평균가격은 1980년대초 2천500만엔에서 거풍 붕괴 직전인 1991년 7천만엔으로 치솟았다. 도쿄의 지가앙등은 지방도시로도 확산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야쿠자들의 땅값 끌어올리기가 횡행했다. 은행 지점장들은 본사의 승인없이 부동산융자를 남발했고, 주부들은 은행빚을 내 골프장 회원권을 사들이는데 혈안이 됐다.
일본인의 경제적 자부심을 한껏 드러낸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일본' 'No라고말할 수 있는 일본' 등의 유행어는 이 시기에 양산된 것들이다.
행정.금융 당국은 마구 풀린 돈이 문제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미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당국이 거래.세제 규제를 실시했으며 은행의 투기적 부동산 담보대출을 일부 규제하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당국의 의지가 약했던데다 참여자들은 집값과 땅값은 결국 오르기 마련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먹히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부동산값에 비로소 다급함을 느낀 일본 정부는 1989년 5월부터 1990년 8월까지 금리를 연 2.5%에서 6%까지 급격히 끌어올린데 이어 1990년3월 '부동산 관련 융자의 총량규제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 후부동산 거품은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터졌다. 이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장기불황의 긴 터널로 들어서야 했다.
일본 당국의 대처실패는 두고 두고 인구에 회자됐다. 무엇보다 안이하고 뒤늦은대처가 꼽혔다. 거래를 총체적으로 규제하는 종합대책은 거품이 터지기 직전에야 나왔다. 부동산 값이 치솟자 양도세 강화, 토지거래 감시구역 제도 등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을 펼쳤지만 먹히지 않았다. 미봉책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도세 강화로매물이 줄어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보유세 강화 등 세제 정책도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부동산의 거품 수요는 급증하는데 금융당국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엇박자정책을 펼쳤다. 금리를 끌어올리고 투기수요를 유발하는 부동산대출을 규제하는 것이 정답이었지만 당국은 경기냉각을 걱정, 총대를 매려하지 않았다. 이러한 미봉책에 투기수요는 좀처럼 잡힐줄 몰랐다.
거품 붕괴 후인 1995년 일본 상업용지 값은 반토막이 났다. 1991년 이후 '잃어버린 10년'간 주택지의 경우 최고 60%, 상업지는 80% 폭락했다. 부동산값 하락은 고스란히 은행 부담으로 돌아왔다. 버블 시절 부동산 담보대출에 앞다퉈 나섰던 은행들은 위기에 처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되자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쓴 대기업들은 도산했다. 부실채권이 급증하자 금융기관은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하고 돈줄을 죄었다. 이는 다시기업 도산을 불러왔고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들은 부동산 헐값 매각에 나서며 부동산가격은 폭락하는 총체적 악순환이 반복됐다.
결국 일본의 부동산대책은 적기에 투기수요를 차단하면서 문제가 커졌을 경우금리나 통화정책 등을 구사하는 등의 정공법 대신 사태의 원인과는 동떨어진 차후적세제규제 등 미봉책에 의존함으로써 실패했다. 이같은 정책 오류는 거품 붕괴 후 걷잡을 수 없는 경제 급락으로 이어졌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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