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신경과학센터 신희섭박사, 통증업제 유전자 'T형 칼슘채널' 밝혀내<br>시상·대뇌피질 신경망 통해 의식조절 기능<br>수면조절·기억강화제등 신약개발도 "눈앞"
지난 2005년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A씨는 그 뒤에 벌어질 끔찍한 현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입은 사소한 외상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CRPS는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신체 일부나 전신에 극심한 근육통이 밀려오는 희귀성 난치 질환. 통증 부위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사지가 뒤틀리는 살인적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때는 수술용 마취제를 투여해도 통증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는 게 A씨의 설명. A씨는 "CRPS에 시달릴 때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소한 외상으로 인생이 180도 뒤바뀐 A씨처럼 각종 통증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 다시 정상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이 국내 과학자에 의해 열리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근 뇌 인지기능 연구 성과를 발표하면서 신경과학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통증치료제 개발 연구가 조만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KIST 신경과학센터는 유전학, 분자생물학, 신경세포생물학, 병리학, 전기생리학, 뇌파분석, 행동분석 등의 기술을 복합, 융합연구를 실행하고 있는 곳.
이 곳에서 통증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신희섭 박사는 세계 최초로 통증 억제 유전자인 'T형 칼슘채널'을 밝혀낸 관련 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자로 손꼽히고 있으며 뇌 인지기능 연구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 11월 정부가 지정하는 제1호 '국가과학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 박사는 "시각, 청각 등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외부 정보는 전기 신호로 전환돼 대뇌피질로 입력된다"며 "이 과정에서 시상(thalamus)-대뇌피질 신경망이 입력과 차단을 조정하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시상-대뇌피질 신경망을 조작할 경우, 통증ㆍ두려움ㆍ수면ㆍ모성애 등 의식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통증과 관련 이미 신경세포에서 칼슘이온이 오가는 통로(T형 채널)가 뇌의 의식과 무의식을 조절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부문의 신약 개발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신 박사는 "A씨의 경우 통증회로가 민감하게 바뀌어 척추에서 강력하게 올라 오는 통증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원리"며 "현재 T형 채널과 관계된 척추, 말초신경 등에서 관련 유전자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유전자 '적중'(녹아웃) 쥐를 통해 유전자가 변이된 상황에서 나오는 반응을 실제 확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한 수면조절제,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환자들을 위한 기억강화제와 같은 의약품 개발도 머지 않아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IST 관계자는 "신 박사팀이 통증 치료제 연구 개발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관련분야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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