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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 화풍에 투영된 '환영'
입력2001-02-27 00:00:00
수정
2001.02.27 00:00:00
'사실과 환영전' 호암갤러리서삼성미술관은 호암갤러리의 올해 첫 전시로 1970년대 경직된 추상회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극사실 회화를 재조명하는 '사실과 환영-극사실 회화의 세계전'을 개최한다.
출품작들은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작품들로 한국과 미국의 극사실 회화의 관계와 유사성, 그리고 차이점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다. 한국 작품 36점과 미국 작품 20여점이 출품되며 전시기간은 3월 3일부터 4월 29일까지이다.
출품자는 고영훈ㆍ김창영ㆍ지석철ㆍ이석주ㆍ김창열씨 등 한국작가 14명과 척 클로즈ㆍ로버트 벡틀ㆍ로버트 커팅햄ㆍ리차드 에스테스 등 미국작가 10명이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 중반, 기성 추상화단에 반기를 든 젊은 작가들에 의해 급속도로 확산되었던 극사실 회화를 재조명하고, 이보다 10여년전 시작되어 70년대를 풍미한 미국 포토리얼리즘 작품들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극사실 회화란 말 그대로 지극히 정밀한 세부 묘사로 마치 사진이나 실물같아 보이는 회화를 뜻한다.
미국의 극사실주의는 타성화한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하는 30대 작가 중심으로 불이 붙었다.
로버트 벡틀, 척 클로즈 등 일단의 작가는 당시 유행하던 미니멀 회화가 작가의 주관성과 격정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고 그 반작용으로 극사실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다. 여기에는 대중문화의 도상을 재생산한 팝아트와 과거의 사실주의적 전통도 한몫 거들었다.
우리 현대미술에서 극사실 회화 역시 70년대 우리 미술의 주류를 형성했던 모노크롬 회화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70년대 중반 대학에 재학중이거나 갓 졸업한 젊은 작가들은 지나치게 현실과 유리된 관념적인 추상회화에 저항하여 주변 환경과 일상 현실의 대상에 충실한, 그러나 기존의 아카데믹한 사실주의와는 차별화된 극사실적인 형상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극사실주의는 많은 점에서 상당히 이질적이다. 미국의 극사실 회화는 소비산업화한 도시의 생활상을 주로 다루는 반면 한국의 그것은 도시환경과 관계없는 소재가 많다.
로버트 벡틀이 자동차를 단골로 끌어들이고, 탐 블랙웰이 오토바이를 즐겨 그렸다면 김창열은 물방울을, 김창영은 모래밭의 이미지를 좋아했고, 서정찬은 땅에서 의미를 캐고자 했다.
작업방식에서도 미국이 사진과 필름의 이미지를 대형 캔버스에 그대로 확대ㆍ전사해 밑그림을 제작한 데 비해 한국은 사진을 보조수단으로 이용했을 뿐 실제 밑그림은 전통방식에 따랐다.
소재 묘사 역시 미국이 카메라에 크게 의존했던 만큼 기존 사실주의 회화의 화면구성과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한국은 대상의 위치나 상황을 자의적으로 변화시키며 즉물적으로 세부 묘사에 치중했다.
한국 작가들은 특히 시각적인 의미에서의 극사실 기법과 함께 촉각까지도 느낄 수 있는 질감의 형상화에 주력했다. 실제 모래를 이용한 김강용과 김창용의 화면과 심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조상현의 회화를 감상하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끼게된다.
호암갤러리는 전시 관련 강연회를 3월 7일 오후 2시 삼성본관 국제회의실에서개최하며 작가와의 대화는 3월 29일 오후 4시 30분 전시실에서 진행한다. 또 '사진같은 그림 그리기' 제목의 어린이 아틀리에는 매주 주말 오후 2시에 무료로 운영된다.
관람요금은 어른 4,000원, 초중고생 2,000원이며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원경환-흙의 인상'전을 동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771-2381.
이용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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