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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구미시에는 일자리가 경제ㆍ사회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명암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는 한때 한국 경제를 먹여살렸던 화섬업계의 그늘과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빛이 명확히 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 3공단 남쪽 끝에 자리한 금강화섬 공장은 올 초부터 공장 가동이 멈췄다. 고유가로 원료값이 급등한 데다 저가의 중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청산을 결정했다. 공장부지와 설비는 경매가 진행 중이며 400여명에 달하던 임직원은 갈 곳을 잃었다. 이 같은 사정은 가동율을 줄이고 있는 H합섬,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코오롱, D무역 등 구미공단 내 대부분의 화섬업체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다. 금강화섬의 한 직원은 “공장 재가동을 바라는 100여명의 직원은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회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일하고 싶다.”면서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수 것 같다”고 호소했다. 반면 2006년말까지 공단 완공을 목표로 하는 구미 4공단에는 벌써부터 외국인투자기업 7곳과 국내기업 60여 곳이 입주해있다. 대부분이 화섬공장 대신 구미1ㆍ2ㆍ3공단에 들어선 LCD(LG필립스LCD), 휴대폰(삼성전자)과 관련된 IT기업들이다. LCD 편광판을 생산하는 한ㆍ일 합자기업 코텍은 지난 6월 4단지에 입성, 공장가동을 시작한 지 반년도 채 안돼 추가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영종 코텍 지원팀 대리는 “올 해 200여명을 새로 고용했지만 2007년도까지 증설을 계속해 추가로 600여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그래도 구미공단이 구조조정을 거쳐 신산업이 정착하고, 성장하면서 여유가 있다. 산업단지공단 손현곤 구미지역 과장은 “구미공단의 올해 수출액이 300억달러를 넘는다” 면서 “구미 경제가 인근 대구, 경산, 칠곡 등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과 고용의 힘을 아는 구미는 그래서 지금도 배고프다. 구미역 주변에서 설렁탕 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LG필립스LCD 있는교. 파주로 간 게 억수로 아쉽다카이. 지금 있는 것 근처에 짓기로 했으면 수만명은 새로 먹고 살낀데…” 그는 “(구미)시하고 (경북)도에서 기업들 마음을 더 잘 보고 도와줬어야 했다카이”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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