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포항제철:2/천진개발구 「코일센타」(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입력1997-06-05 00:00:00
수정
1997.06.05 00:00:00
이은우 기자
◎“고객은 왕” 1,000리 길도 마다않고 제품공급/중 강판시장 석권 야심/일 덤핑공세 불구 가동 1년만에 수요처 120곳/성과급제도입 생산성 향상… 올 「재고0」 도전도「97 중국 방문의 해」. 개방된 중국을 상징하는 이 플랜카드는 천진공항에도 걸려있다. 공항을 빠져나와 경진당고속도로를 타고 30분 남짓만에 도착한 천진 시가지의 모습은 빠르게 성장하는 오늘의 중국을 어느 대도시보다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고문화거리를 중심으로 자전거와 우마차가 어울려있다. 반면 천진항을 중심으로 우뚝 솟은 빌딩들은 북경의 관문으로 가장 빨리 산업화된 인구 천만의 대도시 천진을 보여준다. 천진시가지에서 자동차로 20분 만에 도착한 TEDA(Tianjin Economic & Technology Development Area:천진 경제기술개발구)는 중국의 야심찬 개발정책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다. 곳곳에 걸려있는 대형 위성수신 안테나는 이 곳이 외국기업유치를 통해 의욕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중국 최대의 경제기술 개발구임을 알려준다. 중국 개발의 상징인 TEDA의 중심에 35만평 규모 한국전용공단이 있다.
한국전용공단 초입에 있는 포철 천진 코일센타(POS천진)는 TEDA의 외국기업 가운데 가장 빨리 현지에 뿌리내린 업체로 꼽힌다.
냉연코일 더미가 가공을 기다리는 공장 입구에 연구소처럼 깔끔한 2층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컴퓨터가 즐비한 사무실 한켠에는 하얼빈과 장춘 등 자동차로 20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서 강판을 사러온 고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날따라 5톤, 10톤 등 소규모 물량을 사러온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상담을 하고 있는 이태환 총경리(사장)는 물량에 관계 없이 멀리서 찾아온 고객이 고맙기만하다.
포철은 98년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조강능력이 2천8백만톤에 이르는 세계 1위의 철강사로 떠오른다. 이에 비해 연 10만톤 미만의 냉연코일을 가공하는 POS천진은 이총경리 말처럼 「포항제철의 문짝만한 회사」다. 그러나 POS천진은 포철이 단독으로 중국에 투자한 1호 회사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연 철강소비가 1억톤에 달하는 거대한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첫발을 디딘 것이다. POS천진은 94년 자본금 8백40만달러로 설립돼 95년 12월 첫 생산을 시작했다.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들여온 냉연강판을 자르고 가공해 다양한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4만6백여톤의 강판을 생산해 3만9천3백톤을 팔아치웠다. 올해는 6만5백톤의 강판을 생산, 판매해 2천5백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리게 된다.
POS천진이 TEDA에 진출한 외국업체 가운데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고객확보다. 4만6백여톤을 생산한 지난해 재고는 1천3백톤 남짓이다. 고객이 더욱 늘어난 올해는 재고가 거의 없을 것 같다. 수요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공장을 가동한지 1년반만에 1백20여곳의 고객의 확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하얼빈·길림 등 동북쪽에서부터 성도·소주·중경 등 내륙지방과 진황도, 제남 등 남부 해안까지 안 가본데가 없다』는 이총경리는 덕분에 중국 구경을 원없이 했다며 웃는다.
고객확보와 관련, 이 회사의 가장 큰 고민은 일본업체들의 덤핑 공세다. 포철보다 뒤늦게 생산을 시작한 미쓰비시,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싼 가격으로 포철이 개척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싼 강판의 수요가 많은게 중국시장의 현실인 만큼 일본업체들의 덤핑은 위협적이다.
이사장은 이 때문에 지난 1월 일본업체들을 포함한 4개 코일센타 총경리 모임을 만들었다. 제살 깍아먹기식의 덤핑을 지양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한 모임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고객을 확보하게된 기반이 빼어난 품질이었고 중국도 점차 고급강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사장의 확신이다.
품질 향상을 위해 고급인력확보는 필수적이다. 현재 POS천진의 중국인 근로자들의 월 급여는 우리나라 돈으로 8만원선. 상여금과 각종 사회보장비용을 합치면 1인당 월 급여는 12만∼13만원이다. 이는 현지 외국기업들중 최고수준이다. 인건비가 많이 들더라고 고급인력을 쓴다는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신흥식 부총경리는 『최근 임금이 크게 오르고 있어 싼 임금을 겨냥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낭패를 당하고 있다』며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교육을 통해 품질을 높여야만 장기적으로 중국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한 여느 외국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에 길들여진 중국근로자들은 이 회사에서도 골치거리였다. 이들은 현대식 가공설비에 대한 지식은 물론 경쟁이나 능률의 개념이 없었다. 대학까지 나온 고급인력들도 시간만 때우면 급여가 나온다는 관념에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회사는 지난해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설정한 생산목표치를 달성하면 월급여의 30∼50% 수준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영업과 생산, 관리 등 각 부문별로 경쟁을 유도해 결과에 따라 상여금을 주며 일한만큼 대가를 받는다는 인식을 심는데 주력했다. 이런 노력은 『한국인들은 잠도 안자고 일만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중국인들의 인식을 크게 바꿔 놓으며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아직 이 회사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중국에 진출한지 이제 2년 남짓 지났다. 중국의 법과 제도, 관습 등을 아우르며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한다. 5톤짜리 수요자부터 1천톤짜리 수요자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것이다. 이는 5톤짜리 수요가 수백 수천톤에 이를 2천년대 중국 시장 석권을 위한 기초다.
오는 99년 POS천진은 현재 연 1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15만톤 규모로 증설하게 된다. 2015년 1천만평으로 확대될 중국 최대의 개발구 TEDA의 중심에 한국기업이 중국내 최대 코일센타로 자리잡는다.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가 미래의 거대 시장 중국을 석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게 포철의 확신이다.<천진(중국)=이은우>
◎인터뷰/이태환 「POS천진」 총경리/“현지인·문화존중 판로개척에 중요… 싼임금 경영 이젠 지양을”
『근로자든 고객이든 중국인들을 존중해야합니다. 가난하다고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이태환 총경리는 중국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인을 존중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POS천진이 공장 가동 1년반만에 1백20곳의 중국내 고객을 확보하게된 밑거름이다.
이총경리는 『처음엔 참 어려웠습니다. 원자재만 덩그렇게 놓여있고 기계는 멈춰져 있었지요. 고객이 없는 상황에서 생산할수록 재고만 늘어날 뿐이었습니다』며 지난해 1월 처음 현지에 도착했을 당시를 회고했다.
수요처 확보에 나선 이총경리는 신흥식 부총경리와 함께 중국 구석구석을 누볐다. 트럭 한두대분의 강판을 사러온 고객들에게 일일이 공장을 견학시키고 식사를 함께 했다. 반주가 항상 따라다니는 중국식 식사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인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수천㎞ 떨어진 내륙에서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을 땐 일주일에 10여명을 넘는다.
『어렵게 개척한 시장을 일본기업들이 덤핑공세로 공략할 때 가장 괴로웠다』는 이총경리는 이 때문에 고객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포철의 제품은 품질에 관한한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총경리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에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이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며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품질향상의 기본은 역시 사람이다. 이총경리는 『사회주의 타성에 젖은 근로자들에게 경쟁과 효율에 대한 인식은 필수적입니다. 이를위해 도입한 성과급제가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라며 근로자들의 인식전환을 강조한다.
직원들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봄과 가을에 체육대회와 야유회를 갖도록 했다. 이같은 노력은 회사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총경리의 조선족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언어와 문화가 같은 만큼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게 이총경리의 판단이다.
이총경리는 『같은 동포끼리 가난하다고 깔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선족들이 한족들보다 일도 훨씬 잘한다』고 말했다.
99년 이 회사는 생산설비를 지금의 연 10만톤에서 15만톤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인원을 추가로 뽑진 않을 방침이다. 이총경리는 『생산성을 높이면 지금의 인원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직원교육과 기술지도를 강화할 생각이다.
『싼 임금을 겨냥해 인건비 따먹기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서는 장래가 없다』는 이총경리는 『뛰어난 중국근로자를 길러내 POS천진을 2000년대 중국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외국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